시진핑 "한중관계 고도 중시…방해 배제해야"…美에 견제구(종합2보)

입력 2022-08-24 22:12
수정 2022-08-24 22:53
시진핑 "한중관계 고도 중시…방해 배제해야"…美에 견제구(종합2보)

수교 30년 축하서신…"핵심이익 배려" 강조하며 사드 우회적 문제제기

"한중, 좋은 이웃·친구·동반자 돼야…윤대통령과 전략적 의사소통 강화"



(베이징=연합뉴스) 한국 특파원 공동취재단·조준형 한종구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나는 중한관계 발전을 고도로 중요시한다"며 "중한 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 17호각에서 열린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대독한 축하 서신을 통해 "세계가 새로운 동요와 변혁의 시기에 들어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이런 중대한 시점에 중한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동주공제(同舟共濟·한 배를 타고 나아감), 단합·협력을 해야 위기를 극복하고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수교 30주년을 새 출발점으로 삼아 양측이 대세를 파악하고 방해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지고 협력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의 더 아름다운 미래를 열고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더 많은 행복을 가져다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방해를 배제한다'는 것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와 같은 갈등 요인을 만들지 말고, 한국이 대 미국 외교에서 자주성을 가질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심화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대 중국 견제 행보에 동참하지 말라는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은 영원한 이웃이라며 "수교 이후 30년간 양측의 공동 노력으로 중한관계는 시대와 더불어 전방위적인 발전을 이룩했고 풍부한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양측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견지하고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 사항을 배려하며 성실한 의사소통을 통해 이해와 신뢰를 증진해 왔다"며 "양측은 협력과 윈윈을 견지하고 호혜협력과 상호 교류를 심화하며 서로가 성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공동 번영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한중관계가 지난 30년간 성과를 거둔 배경의 하나로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 상호 배려'를 거론했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하라는 요구를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최근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가 자국의 전략 안보를 해친다며 '3불(不)(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한미일 군사동맹에 불참)'에 더해 '1한(限)(배치한 사드 운용 제한)'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이어 시 주석은 "양측은 개방과 포용을 견지하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함께 수호하며 역내의 통합과 발전을 추진하고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을 수호해 왔다"며 "이는 우리가 더욱 소중히 여기고 장기간 견지할 가치가 있는 귀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왕이 부장은 별도의 축사에서 "우리는 일관되게 초심을 고수하고 서로 존중하고 신뢰해야 한다"며 "각자의 사회 제도와 발전 노선을 존중해 중한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끊임없이 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함께 반대하고 자유무역 체계를 함께 지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성과 원활함, 개방성과 포용성을 함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 이후 적대 관계를 이어가던 양국은 탈(脫)냉전의 훈풍을 타고 1992년 8월 24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이날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주중한국대사관 공동 주최로 리셉션이 열린 댜오위타이 국빈관 17호각(팡페이위안<芳菲苑>)은 30년 전 수교 서명식이 열렸던 장소다.

중국 고위 인사들이 근래 한중 당국간 협의 때 자주 거론해온 '한중수교의 초심'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은 장소 선정으로 해석된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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