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다수 "총기폭력 억제·총기소지권 보호 모두 중요"
AP-시카고대 조사…71% "총기법 강화 찬성" vs 60% "총기소지권 지지"
5명 중 1명 5년간 총기 폭력 경험…백인보다 흑인 4배, 히스패닉 2배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성인 대다수가 '미 전역에서 총기폭력이 늘고 있다'고 생각하며 총기법 강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동시에 총기 소지권 보호 역시 중요한 문제로 믿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AP통신은 23일(현지시간) 시카고대학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 시카고대학 여론연구센터(NORC)와 공동 진행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다양한 내용의 총기 규제안이 총기 소유주를 포함한 폭넓은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조사에서 "총기법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71%에 달했다. AP통신은 "공화당원의 절반 가량, 민주당원 대다수, 총기 소유주 다수가 동의했다"고 부연했다.
해리스 공공정책대학원과 AP-NORC 센터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미 전역의 성인 1천3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번 결과를 얻었다. 오차범위는 ±3.8% 포인트다.
여론조사 시점은 뉴욕주 버팔로의 식료품점,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도시 하이랜드파크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이어 "2020년 이후 총기 살인이 급증한 가운데,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이 미 전역에서 총기폭력이 증가한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이 가운데 3분의2 가량은 본인이 속한 주(州)에서 총기사고가 크게 늘었다는 답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기폭력 억제 방안에 대한 의견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 사이에 크게 갈려 총기법 수정은 쉽지 않았다. 총기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과 정신건강·사법 시스템의 문제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AP-NORC는 "대다수의 미국인이 총기폭력 억제와 총기 소유권 보호 두 가지 모두를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모든 총기 거래에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정책에는 소속 정당 불문하고 85%가 지지를 표했다. 가정폭력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총기 구매 금지 조치에는 83%가 찬성했다.
또 총기 구매 연령을 모든 주(州)에서 최소 21세로 제한하는 데 대해서는 응답자의 75%가 동의했다.
AR-15 소총과 유사 반자동 무기 판매 금지에 찬성한 사람은 59%였으나 민주당원 찬성률은 83%, 공화당원 찬성률은 35%로 정당별 격차가 컸다.
해당 주의 총기 허가증이 없는 이가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데에 동의한 응답자는 29%였다. 민주당원은 78%가 반대했고 공화당원은 찬성 47%, 반대 39%였다.
이번 조사에서 총기난사 예방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는 88%에 달했다.
그러나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보는 사람도 60% 이상이었다.
총기폭력 억제와 개인의 총기 소지권 보호 둘 다 모두 중요한 문제라고 답한 사람은 52%를 차지했으며 소속 정당별로는 공화당원 65%, 민주당원 39%로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 5명 가운데 1명이 지난 5년새 본인이나 가족 또는 가까운 친구가 총기 위협을 당하거나 총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P-NORC 센터는 "흑인과 히스패닉계 미국인은 그런 경험을 가졌을 확률이 더 높다"며 백인에 비해 흑인은 4배, 히스패닉계는 2배 더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