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복제품" vs "미신 숭배자"…브라질 대선 비방전 가열
10월 대선 앞두고 룰라·보우소나루 전현직 대통령 '이전투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전·현직 대통령 간 맞대결 구도로 굳어지는 남미 브라질의 대선 레이스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노동자당)은 전날 오후 기자 간담회에서 경쟁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자유당)을 겨냥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싸구려 복제품"이라고 비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인다"며 "거짓말과 가짜 뉴스로 선거관리 기관에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공식선거운동 시작 전후로 공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줄곧 선두를 내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국 전자투표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현지 TV 인터뷰에서는 "선거 과정이 깨끗하기만 하면 결과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하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지지자들의 1·6 의사당 폭동 같은 불상사가 브라질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 브라질에서는 '보우소나루 패배 시 반발 시나리오 효과'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보우소나루 지지 유명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경찰이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또 보우소나루 정권에 대해 권위주의적이라고 성토하며 "브라질 국민은 각종 청원을 농담처럼 받아들이는 지도자에 질렸다"고 주장했다. "중남미에서는 파시스트를 원하지 않는다"라고도 덧붙였다.
라이벌에 대한 보우소나루 측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선과 악의 대결'로 규정하며 "브라질을 황폐화할 악한 공산주의와 도둑에게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독교계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또 룰라 전 대통령이 과거 아프리카 전통 종교의식에 참여한 영상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미신 숭배자'라고 공세를 퍼붇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부부는 독실한 복음주의 신자로 알려졌다.
보우소나루 영부인 역시 각종 집회에서 종교계의 지지를 호소하며 "지옥문은 우리 브라질 앞에서 열리지 못할 것"이라며 룰라 전 대통령 측을 자극하고 있다.
브라질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후보가 결선 대결을 펼친다. 대선 투표일은 10월 2일이며 결선 투표는 같은 달 30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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