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이 이끄는 보수단체, 1명에게 2조원 기부받아

입력 2022-08-23 12:16
트럼프 측근이 이끄는 보수단체, 1명에게 2조원 기부받아

90세 전기장치회사 창업주, 회사 매각전 주식 통째 기부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측근이 이끄는 신생 보수단체가 한 번에 무려 2조원대 기부금을 모았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레너드 레오 변호사가 대표인 비영리 단체 '마블프리덤 트러스트'(이하 마블프리덤)는 지난해 단 1명의 기부자에게서 16억 달러(약 2조1천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부자는 미국 시카고의 전기장치 제조회사인 '트립 라이트'의 창업주 바 세이드(90) 전 회장이라고 NYT는 전했다.

16억 달러는 정치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가 모금한 단일 기부금으로는 전례 없는 규모로 알려졌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성향으로 가장 활발히 활동한 한 15개 단체가 지출한 총액(15억 달러)을 웃도는 액수다.

보수 법률단체인 연방주의자협회 부회장 출신인 레오 변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그에게 대법관 후보자 명단을 자문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마블프리덤은 표면적으로는 '미국 독립선언서와 헌법에서 명시하는 가치와 이상과 일치하는 인간의 자유 존속·확장'을 활동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론 정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단체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를 비롯한 향후 선거에서 막대한 영향력 행사를 위해 이번 기부금을 정치 후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신들은 기부 액수뿐 아니라 방식에도 주목했다.

세이드는 전 회장은 트립 라이트가 '이턴'이라는 아일랜드의 한 전력회사에 매각된다는 발표가 나기 수개월 전 보유 주식 전량을 마블프리덤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마블프리덤측은 이 주식을 처분해 전량 현금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드 전 회장이 개별적으로 주식을 처분했다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처분함으로써 이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20년 5월 출범한 마블프리덤은 미국 과세 분류표상 세금이 면제되는 501(c)4 코드에 해당한다.

실제로 레오 변호사도 기부금 출처를 밝히지 않아 '검은 돈'이라는 비판을 받곤 하는 우파 비영리 단체 간 네트워크를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