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혁명'에 미 사회 소리없이 재편 중"
'업무 3분의 1은 원격' 추정…지식 근로자는 5일 중 3일 재택
'저렴한 교외로 가자' 이사 붐…맨해튼·샌프란 2년간 주요 근로자층 10% 감소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계기로 급격히 확산한 원격근무가 '근무 표준'을 바꿔놓는 등 미국의 경제와 인구통계를 소리없이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시간) 보도한 '원격근무 혁명이 이미 미국을 개조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원격근무 비율과 지역, 확산 양태, 인구 이동 등에 대한 다양한 통계와 사례를 제시했다.
미국에서 원격근무자의 수는 팬데믹으로 인해 고강도 '셧다운' 조치가 이어지던 2020년에 비해서는 감소했지만, 팬데믹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상태다.
스티븐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 등 3인의 연구자에 따르면 2020년에는 업무의 3분의 2가 원격으로 수행됐고, 2021∼2022년에는 이 비율이 3분의 1일로 줄었다.
이런 추세는 다른 데이터에서도 확인되는데, 이는 재택근무자들이 재택과 출근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갤럽의 6월 여론조사에서도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인의 29%는 집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비율은 2월 39%에 비해 하락한 것이다.
데이비스 교수는 "원격근무는 2019년에 비해 극적으로 증가했고,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원격 근무의 물결은 금융, 정보 등을 다루는 지식 산업에 특히 영향을 주고 있다. 데이비스 교수 등 3인의 연구에서는 이 산업에 속한 근로자는 현재 주 5일 근무 중 3일을 집에서 일하고 있다.
또 각 산업 내에서는 '관리자'가 상관에게 업무를 보고해야 하는 '보고자'보다 재택을 하는 비율이 높았다.
WP는 원격근무 혁명이 기술 대기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전했다.
일리노이주에서 건설, 지붕공사, 페인트 사업을 하는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업체는 팬데믹 이후 원격·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해 경쟁력을 키웠다.
이 회사는 사무실에서 처리해야 했던 번거로운 업무를 없애고 간소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전국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직원을 고용할 수 있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티 앨런 몰티머는 시카고를 넘어 플로리다, 테네시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유연성을 확보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집에서 더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마도 길에 뿌리는 통근 시간, 가족 의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일상의 산만함이 재택근무로 경감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단위 분석에서 원격근무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맨해튼,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인구가 밀집한 도심과 알링턴, 폴스 처치, 알렉산드리아, 라우던, 페어팩스 등 북부 버지니아의 교외 중심지였다.
상위 10위 안에는 뉴멕시코주 로스 알라모스 카운티의 연방 과학 단지와 조지아주 애틀랜타 포사이스 카운티의 호숫가 부촌도 포함됐다.
인적관리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의 이베트 카메론 부사장은 "도시 근로자 상당수가 돈을 아끼거나 가족이나 지원 시스템에 더 가까워지기 위해 특정 우편번호에 얽매이지 않고 저렴한 교외로 이사하는 이점을 계속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혁신그룹(Economic Innovation Group)에 따르면, 교외로의 이런 인구 이동은 지난 10년간 본 적이 없는 속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원격 일자리가 많은 맨해튼과 샌프란시스코에서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주요 근로 연령대의 거의 10%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이런 이주 경향은 이들 두 도시를 넘어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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