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언급·당국 구두 개입에도…환율 또 연고점 경신(종합)
5.7원 오른 1,345.5원 마감…2009년 금융위기 수준
"외환당국 개입, 속도 조절 효과 있겠지만 추세적 상승은 계속"
"환율 상단, 1,350원 무너지면 1,380원까지 갈수도"
(서울·세종=연합뉴스) 차지연 민선희 오주현 기자 = 23일 원/달러 환율이 1,346원까지 뛰어오르며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데 이어 외환당국도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글로벌 달러화 강세 속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 흐름 자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추세적 상승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 윤 대통령 "리스크 관리"…당국, 두달만에 구두 개입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께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달러화 강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우리 경제의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국제수지를 악화해서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잘 대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환율 상황을 관망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3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9시 24분 외환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해 당국이 공식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이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6월 13일 이후 두 달여만이다.
당국은 달러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은 일정부분 불가피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상승세는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외환시장 흐름이 달러화가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지만, 시장에 어느 정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경계감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국은 특히 환율 상승 상황에서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구두 개입 문구에도 투기 요인이 환율 상승세를 부추기는 것은 막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 1,346.6원까지 고점 높인 환율…구두 개입도 역부족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5.7원 오른 달러당 1,3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환율 수준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29일(고가 기준 1,357.5원) 이후 약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종가 기준으로는 2009년 4월 28일(1,356.80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2.0원 오른 1,341.8원에 개장한 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직후 하락 전환해 오전 10시 9분께 1,336.8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내 반등해 장 마감 직전에는 1,346.6원까지 뛰었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9.79원이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977.49원)에서 2.3원 올랐다.
◇ "당국 개입, 속도 조절…추세적 상승 지속 예상"
전문가들은 이날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최근 고공 행진하던 환율 상승 속도가 일부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대통령과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이 나오면서 환율 상단에서 당국의 실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할 수 있게 됐다"며 "방향성(환율 상승)은 그대로지만, 속도는 조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의 1차적 저항선을 1,350원으로 보고 있으며, 만약 이 선이 무너진다면 1,380원선을 2차 저항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촉발된 만큼 당국의 개입으로 추세적 상승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큰 물줄기가 달러화 강세이다 보니 한국 외환당국의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백 연구원은 "그런데도 당국이 개입한 것은 국내 경제 주체들의 불안정한 심리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차원에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워낙 강력한 상황이라 환율 상단이 1,350원 이상으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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