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우크라 해방→ 서방공세 방어'…전쟁 6개월 태세전환"
'탈나치화' 선언 줄고 '전통가치 수호' 주장 늘어
"러 끝내려는 게 수백년 서방 목표" 수세 강조 경향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반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러시아 국영언론의 보도 초점이 점차 서구에 대한 적개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관영언론에서는 개전 초기 자신했던 속전속결 완승 예측이 자취를 감추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나치세력에서 해방할 주체로 받아들여진다는 이야기도 줄었다.
그 대신 러시아 언론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이 러시아에 도전하는 문명전쟁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는 선전전을 펼친다고 NYT는 전했다.
일례로 러시아 주말 뉴스쇼 '베스티 네델리'에서 진행자 드미트리 키셀료프는 과거 서구 열강이 러시아를 침략한 역사를 상기하며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의 책임을 서방으로 돌렸다.
그는 "러시아를 끝장내려는 목표는 수세기 동안 계속됐고 변하지 않는다"며 "우린 수세에 몰려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는 러시아 시민의 언론 자유를 위해 활동하는 스타니슬라프 쿠체르는 자국 언론에 대해 "우크라이나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러시아를 지배하는 서방 계획에 반대하는 내용이 더 많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장에서 자국군 사상자는 감추는 한편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서방 무기가 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며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서방 제재는 러시아에 별 타격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서방 쪽에서 되레 자신들이 부과한 제재로 더 크게 피해 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에 반해 자국이 2014년 강제병합한 '푸틴의 성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가 배후로 추정되는 공격이 최근 잇달아 일어난 점에 대해서는 축소 보도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방이 러시아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논리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전문가들이 정치 토크쇼에 출연해 유럽은 러시아 가스 없이는 에너지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을 강변하는 장면이 한 예다.
또 러시아 국영 언론에서는 서구 세계를 성소수자 공동체가 활동하는 타락한 곳으로 묘사해 러시아를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국가로 부각시키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레브 구드코프 소장은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가 더 강해지고 있고 이게 서방이 러시아를 방해하려는 이유'라는 논리를 내세워 서방 적대심을 설명한다"고 분석했다.
구드코프 소장은 전쟁 초기만 해도 러시아인 75%가 TV를 오랫동안 신뢰받는 정보의 주요 원천으로 여겼지만, 우크라이나 승전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해지면서 신뢰도가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러시아 선전전이 세부사항은 바뀔 수 있어도 전반적으로 크게 새로울 내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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