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드론에 흑해함대 기지 허 찔려…심리적 타격"

입력 2022-08-22 10:53
수정 2022-08-23 08:56
"러, 우크라 드론에 흑해함대 기지 허 찔려…심리적 타격"

"큰 타격은 아니지만 러 전자방공망 돌파가 더 큰 의미"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최근 우크라이나가 드론(무인기) 공격을 구사해 적진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며 심리적 타격을 주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일 러시아가 장악한 요충지 크림반도 남부의 세바스토폴에 있는 러시아 흑해함대 본부가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공격 주체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작전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같은 날 크림반도 서부 에프파토리아 항구, 러시아가 개전 직후 장악한 헤르손 지역의 노바카호우카에서도 러시아군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감행됐다.

러시아가 임명한 미하일 라즈보자예프 세바스토폴 시장은 흑해함대를 겨냥한 이번 사건에 대해 "드론 한 대가 군사 구역으로 날아왔을 뿐"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드론 공격이 좁은 군사적 의미에서는 대단치 않았다고 할지라도, 어떻게 러시아의 전자 방공망을 뚫고 함대 본부까지 날아갔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드론 출현 당시 촬영된 영상을 분석해보면 대공포가 아닌 소형화기로 추정되는 소리만 들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라즈보자예프 시장이 애초 드론을 못 맞췄다고 했다가 격추했다고 말을 바꾸는가 하면 "현지 대공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강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러시아가 '뒷마당'을 제대로 사수하고 있다는 점을 보이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꼬집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항공 분석가 저스틴 브론크는 영상에 등장하는 드론이 9천500달러(약 1천270만원)짜리 중국산이거나 그 복제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러시아 점령지역에 나타난 드론들과도 유사한 형태다.

가디언은 일련의 드론 공격에 대해 "크림반도를 비롯해 러시아가 장악한 전선 후방 지역마저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심리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바스토폴 기지는 지난달 31일에도 드론 습격으로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방어가 철저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고 언급했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는 공격 배후설을 인정하지 않지만, 적잖은 당국자들이 노골적으로 자신들의 특수작전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드론 공격 당일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러시아군의) 점령은 한시적이고, 크림반도엔 우크라이나가 곧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감돌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도 "러시아군에 혼돈을 주기 위해 새로운 공격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잇따른 드론 공격이 전쟁 양상에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0일 "러시아 점령군 지휘부가 크림반도의 방위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러시아 병력이 전선에서 빠져야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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