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원희룡…소통행보로 기대감↑·정책성과는 숙제
이틀에 한번꼴 현장방문-간담회-업계미팅…"소통왕 되겠다" 약속
"문제해결 의지·진정성 느껴져", "많은 과제 한꺼번에 해결하려 해"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대선 기간 '대장동 1타 강사'라는 별칭을 얻으며 부동산 이슈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국토부 장관에 오를 것이라고는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원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국토·교통 분야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날선 질의를 받기도 했지만 '3선 국회의원과 재선 제주지사 출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받았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실세 장관'의 부임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는 자신의 국토부 장관 임명이 이례적인 인사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국민 소통과 정무적인 조율에 대한 전문가로서 내가 투입된 것"이라며 "언제나 국민과의 소통을 염두에 두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려는 듯 그는 취임 이후 어느 부처의 장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활발한 소통 행보를 보이고 있다.
22일 국토부 집계와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날까지 원 장관이 소화한 일정 가운데 관급 행사가 아닌 민생현장 방문, 현안 관련 당사자·업계 간담회, 전문가 미팅 등 '소통 행보'로 볼 수 있는 행사가 50건에 육박한다. 최소한 이틀에 한 번꼴로 직접 현장을 찾은 셈이다.
그는 국토부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활발한 소통을 약속하면서 "'소통왕'이 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취임 직후인 5월 말 청년 간담회를 열어 그들의 불안한 주거 실태에 관해 생생한 목소리를 들은 것을 시작으로 서울의 심야 택시난, 수도권 직장인의 출퇴근 버스난, 전세 사기와 층간소음 피해 등 문제가 있는 현장을 찾아 시민의 불만과 어려움을 듣고 대책 마련을 담당 부서에 지시했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플랫폼·택시 업계와 버스 업계 등의 관계자들을 만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의 이런 광폭 행보에 세종 관가에는 '부지런한 장관 때문에 국토부 직원들이 고생 많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여권의 차기 잠룡 중 한 명으로, 보여주기용 이벤트에 집중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반대로 국토·교통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강한 의지와 진정성을 느낀다는 관료들도 있다.
관심이 집중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원 장관은 정책의 주도권을 관(官)에서 민(民)으로 넘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직전 정부가 공급자 중심의 주택공급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필요한 곳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되지 못해 '미스매치'가 발생했다고 보고, 수요자 중심의 접근법으로 주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8·16대책'(250만호+α 주택공급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주택공급혁신위원회 논의 결과를 대거 반영해 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주택공급혁신위원회는 원 장관의 지시로 위원 총 15명 전원이 민간전문가로 채워졌다.
그전에도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에 전문가를 모아 의견을 듣는 방식을 취하긴 했지만, 이처럼 민간 전문가들이 정책 입안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8·16 대책을 두고는 향후 5년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도 있지만, 국정과제식으로 과제는 많은데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1기 신도시 재정비와 관련해서는 일부 주민과 야당을 중심으로 당초의 대선 공약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 정부 대책을 입법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일도 원 장관에게 주어진 과제다.
국토부는 8·16 대책에서 다음달에 재건축 부담금 감면대책과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 등을 공개하고, 10월에는 추가 신규택지 발표 등 후속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후속대책의 대부분은 원 장관이 직접 현장을 챙기고 민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면서 만들어가고 있는 정책들이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원 장관 취임으로 부처의 업무 추진에 탄력이 붙고, 정부 내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연스레 직원들 사기도 높아졌다.
다만 너무 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달려들다 보니 업무가 과중되고, 원 장관이 약속한 만큼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펴기에는 제반 여건이 녹록지 않은 분야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토부 민간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취임 100일을 맞은 장관의 성적표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면이 있지만,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국토·교통 정책을 펴면서 현장을 중시하는 행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며 "각종 정책을 실현해 낼 수 있을지는 원 장관 자신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라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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