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플랜 지연' 불만속 1기 신도시 아파트값 뚝…하락 전환
부동산R114 시세 조사로 지난주 보합서 이번주 0.02% 떨어져
매물 증가에도 거래 감소세…"한동안 가격 약세 유지될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올해 3월 대통령 선거 전후로 상승세를 탔던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의 아파트값이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됐다.
21일 부동산R114 시세 조사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난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19일 기준 0.02% 떨어지면서 일주일 새 하락으로 돌아섰다.
5개 신도시 가운데 분당(-0.04%)의 하락 폭이 가장 컸으며 이어 평촌(-0.02%)과 산본(-0.01%)의 순이었다. 일산과 중동은 보합을 기록했다.
정부 공인 시세 조사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로도 비슷한 추세가 확인된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조사일 기준으로 지난달 18일 보합을 기록한 직후 4주 연속 하락(-0.02%→-0.01%→-0.02%→-0.07%)하며 낙폭이 커졌다.
평촌신도시가 속한 안양시 동안구(-0.11%→-0.15%), 산본신도시가 있는 군포시(-0.05%→-0.13%), 중동신도시가 위치한 부천시(-0.06%→-0.07%)도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그 전주와 비교해 일제히 하락 폭이 확대됐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일산서구(-0.02%→-0.05%)와 일산동구(-0.01%→-0.02%)도 마찬가지였다.
1기 신도시는 지난해부터 입주 30년이 되는 단지들이 나오면서 기반시설 부족과 시설 노후화 문제가 불거졌고, 지난 대선에서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1기 신도시 재정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고, 대선 이후에는 용적률 상향 기대감이 시세에 반영되면서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이 뛰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과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또한 매물이 늘고 가격도 하향 조정됐다.
특히 지난 16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주택 공급 대책에 1기 신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빠졌고, 종합계획 수립 시점마저 2024년 중으로 제시되자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시기가 늦어졌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1기 신도시에 사는 한 주민은 "정부가 마스터플랜 수립을 미룬 것은 2024년 총선에서 표팔이를 위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8·16 대책' 발표 당일(16일) 대비 이날 경기도 군포시와 고양시 일산서구의 아파트 매물은 각각 5.8%,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양시 일산동구와 안양시 동안구, 성남시 분당구의 매물도 닷새 만에 각각 3.9%, 2.8%, 2.5% 늘었다.
매물은 증가세지만, 매매 건수는 대선 이후의 완연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분당구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 3월 235건에서 4월 222건, 5월 165건, 6월 72건에 이어 아직 등록 신고 기한(계약일 이후 30일 이내)이 남아 있긴 하지만 7월에는 30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같은 기간 안양시 동안구(118건→86건→68건→48건→29건)를 비롯한 다른 1기 신도시들의 매매 건수 또한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마을10단지 동부아파트 전용면적 73.718㎡는 지난 16일 4억2천만원(25층) 중개 매매됐다.
이는 지난 5월 말 같은 면적 3층이 4억7천만원에 팔린 것보다 5천만원 하락한 것이자 지난 1월과 4월에 기록한 역대 최고 매매가(5억1천만원·11층)와 비교해 1억원 가까이 낮아진 금액이다.
이 단지 근처에서 영업하는 한 부동산중개사무소의 대표는 "현재 4억원대 급매물은 없지만,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면서 "양도세 중과 배제를 받으려는 다주택자들의 급매물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여전히 활발하지 않다"고 전했다.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무지개마을8단지 제일아파트 전용 101.91㎡는 이달 6일 10억원(13층)에 중개 매매되면서 지난 5월 중순에 성사된 계약의 매매액 12억원(7층) 대비 2억원 하락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같은 면적 4층은 9억8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이 단지 근처 중개사무소의 대표는 해당 매물과 관련해 "집주인이 다주택자로, 매매가 안 돼 전세 계약이 먼저 된 세를 낀 매물"이라며 "올 수리된 급매물인데도 매수 문의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매수 심리 위축과 거래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 공급 대책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빠지고, 특히 1기 신도시는 재정비 마스터플랜 수립도 애초보다 미뤄졌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면서 아파트값이 한동안 약세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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