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파충류 전성시대' 지구온난화가 촉발
대멸종 2천만년 이전부터 기온상승 적응하며 진화 속도 빨라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약 2억5천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 뒤 공룡을 비롯한 파충류가 급속히 진화하며 폭발적 종(種) 분화가 이뤄져 이른바 파충류 전성시대가 도래한다.
포유류의 조상인 단궁류가 대멸종으로 사라진 뒤 이들이 독점하던 서식지와 먹이를 차지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설명돼 왔지만, 대멸종보다 훨씬 이전에 이미 지구온난화로 파충류의 급속한 진화가 시작됐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에 따르면 고생물학자 티아고 시몽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파충류가 급격히 진화한 시기가 지구 기온 상승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파충류는 고생대 말기인 페름기에 단궁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드물었지만 이어진 트라이아스기에는 종의 수나 형태적 다양성이 급격히 증가했다. 악어나 도마뱀, 거북 등 현존 파충류 그룹 대부분이 이때 출현한 것으로 파악돼 있다.
연구팀은 8년간 세계 20여 개국 50여 개 박물관을 돌며 페름기 말 대멸종 전후로 약 1억4천만 년에 걸쳐 살았던 파충류와 단궁류 및 근연종 125종의 화석 1천여 개를 직접 분석해 얻은 자료로 데이터세트를 만들고, '베이지안 진화 분석법'을 비롯한 첨단기법을 활용해 각 종의 기원과 진화율 등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이를 수백만 년에 걸친 지구 기온변화 자료와 결합해 기후변화에 어떻게 적응했는지를 파악했다.
그 결과,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온난화가 진행된 시기에 대부분의 파충류 그룹에서 새로운 환경 조건에 적응하면서 해부학적 변화가 예외적으로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시기가 페름기 말 대멸종 훨씬 전인 약 2억7천만 년 전에 시작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파충류 몸 구조의 기본형식(body plan)이 다양화한 것이 이전에 알려진 것처럼 페름기 말 대멸종으로 촉발된 것이 아니라 이보다 약 2천만 년 앞서 시작됐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고온기에 파충류 대부분에서 급격한 몸 구조 변화가 나타났다면서 대형 파충류는 체온을 내리기 위해 몸 크기를 줄이거나 체온조절이 좀 더 용이한 물속 생활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진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시몽이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여러 과학자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것처럼 생태학적 기회뿐만 아니라 이전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기후변화도 작용했다는 점을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파충류가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몸 구조로 환경에 적응하게 해 트라이아스기의 폭발적 다양화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기후변화"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지구 기온 상승이 파충류의 서로 다른 형태학적 실험을 촉발해 일부는 오늘날까지 생존을 이어오고 일부는 수백만 년 만에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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