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폭염·가뭄, 다른 쪽은 폭우…중국 이상기후로 몸살

입력 2022-08-20 15:11
한쪽은 폭염·가뭄, 다른 쪽은 폭우…중국 이상기후로 몸살

31일 연속 고온경보…전력난에 자동차 공급망 차질

폭우로 잇단 인명 피해…동북 곡창지대 13차례 홍수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그리고 폭우를 동시에 겪으면서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산업 공급망의 핵심적 위치인 만큼 이상기후의 악영향은 중국의 국내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여파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 31일 연속 고온 경보…자동차 공급망 차질 재현

중국 중앙기상대는 20일 중·남부 19개 성·시에 고온 홍색 경보를 내렸다.

이들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돌고, 쓰촨·충칭·후베이·후난·장시·저장 등 중남부 일대는 40도도 넘어설 것으로 예보했다.

이 일대 고온 경보는 31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70여일째 30도를 웃돌고 있는 올해 폭염에 대해 중국 기상과학원은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장, 최강이라고 밝혔다.

강수량도 예년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 혹심한 가뭄까지 겪고 있다.

시짱(티베트)에서 발원해 중국 내륙을 관통해 상하이 앞바다로 흘러나가는 '대륙의 젖줄' 창장(長江·양쯔강)은 중·하류는 물론 상류까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동부 연안 용수원인 둥팅호와 포양호도 담수 면적의 4분의 3이 말랐다.

이 일대 83만명이 식수난을 겪고 118만㏊ 농작물이 가뭄 피해를 봤다.

중국 '수력발전 기지' 쓰촨은 전력 생산이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15일부터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상가와 사무실 전력 공급을 제한했다.

이 여파로 쓰촨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춰, 테슬라 등 상하이 완성차 업체의 조업이 차질을 빚는 등 도미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두 달간 상하이 코로나19 확산과 봉쇄로 차질을 빚은 글로벌 자동차산업 공급망이 이번엔 이상기후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칭하이 폭우로 31명 사망·실종…동북 13차례 홍수

17∼18일 중국 서북 내륙인 칭하이성 시닝시 다퉁현 산지엔 폭우로 홍수가 발생, 23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됐다.

지난달 15∼17일에도 서부 쓰촨과 간쑤 지역에서 최대 110㎜의 폭우가 내려 24명이 사망·실종됐으며 4만여명이 침수 피해를 봤고 12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쓰촨에서는 12일에도 홍수로 3명이 목숨을 잃고 15명은 연락이 끊겼다.

앞서 6월에는 사흘간 쏟아진 폭우로 푸젠·광시·광둥·장시·후난성 등의 강과 하천 113곳이 범람해 도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산사태가 잇따랐다.

광둥 베이장(北江) 수위가 1915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35.8m까지 오르는 기록적인 폭우로 15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농경지 80여만㏊가 침수·유실됐으며 가옥 2천여채가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중국 동북 곡창지대인 랴오닝에서도 6월부터 13차례 크고 작은 홍수가 발생, 수확철을 앞둔 농작물이 큰 피해를 봤다.

강우량이 적은 동북지역에서 올해처럼 홍수가 발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인 중·남부의 가뭄과 동북의 홍수로 식량 안보를 강조하며 올해 6억5천만t 생산을 목표로 삼은 중국은 식량 생산량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 코로나19 여파 경기 침체에 저탄소 정책 '흔들'

이상 기후로 인한 잇단 자연재해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추구한 고도성장 정책의 이면에 깔린 '그림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도성장의 동력으로 의존한 석탄 화력 발전은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탄소 배출의 '주범'이기도 한 탓이다.

중국 정부 역시 환경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은 아니다.

2014년 6월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중앙재정지도소조 6차 회의에서 '에너지 안보 신전략'을 채택하며 탄소 저감 정책 추진에 나섰다.

시 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국 탄소 배출량을 2030년 정점을 찍고 2060년에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쌍탄(雙炭) 목표'도 제시했다.

전기·하이브리드차와 같은 신에너지차 등록세 면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등 다양한 탄소 중립 정책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 위기 때마다 친환경 정책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9월 급진적인 탄소 저감 정책이 일환으로 석탄 생산과 사용을 억제했다가 전국 곳곳에서 생산시설 가동이 중단되고 난방이 끊기는 전력대란이 발생하자 규제를 풀었다.

세계 최대 석탄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의 작년 석탄 생산량은 40억7천만t으로 전세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작년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4.7%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중국 전력 생산의 60%가 석탄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에서 나온다.

중국 정부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에서 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예년과 달리 연간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도 제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석탄 비축량을 2억t 늘리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정 부총리는 17일 최근의 전력난과 관련, "발전용 석탄 비축량이 충분하다"고 밝혀 화력발전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기적으로 에너지 위기에 가장 손쉽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성장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카드인 석탄에 대한 미련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1∼5월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조600억㎾h를 기록, 전체 전력 사용의 30%를 차지하며 10년 새 10배 이상 늘긴했지만 화석 연료를 대체해 주력 에너지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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