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0년 전 삼성 반도체 발원지서 "초격차 기술력" 강조(종합)

입력 2022-08-19 15:09
수정 2022-08-19 19:25
이재용, 40년 전 삼성 반도체 발원지서 "초격차 기술력" 강조(종합)

복권 후 첫 행보로 기흥 R&D단지 기공식 참석…20조원 투입해 2028년까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 당부

스크린에 이병철 회장 글귀 눈길…직원들과 2년만에 소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복권 후 첫 공식 행보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기공식에 참석했다. 지난 12일 복권 발표 이후 일주일만이다.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이자 한국 경제의 성장판인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점검하며 본격적으로 '초격차 경영' 시동을 걸고,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모습이다.

◇ "4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 만들자"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용인 소재 기흥캠퍼스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을 열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 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기공식에서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면서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기공식에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전 세계에서 3번째 64K D램 개발을 시작으로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태동시킨 곳이다.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들어설 R&D 단지는 약 10만9천㎡(3만3천여평) 규모로 건설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 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R&D 단지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첨단 설비가 갖춰진 연구개발 전용 라인이 완성되면 다양한 테스트가 더 자유롭고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 차세대 신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반도체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흥 R&D단지 건설되면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R&D 단지 건설을 통해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분야 협력회사들과 협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 행사장에 이병철 회장 글귀 눈길

삼성전자가 수십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R&D 단지를 짓는 것은 이 부회장의 의지와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핵심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 출장 귀국길에 "(우리가 할 일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여왔지만, 반도체 기술이 나노 단위로 초미세화되며 물리적 한계에 도달해 발전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또한 경쟁사의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초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려면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연구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 것이다.





이날 행사장에 설치된 대형 LED 스크린에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글귀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이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던 이른바 '도쿄선언' 직후 발언한 것 중 반도체와 관련해 '무자원 반도인 우리에게 맞고 해외에서도 필요한 제품' '무공해, 기술·두뇌 집약으로 우리 실정에 매우 적합' 등의 문장 4개가 소개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선대회장이 남긴 이 글귀를 항상 곁에 두고 수시로 읽으며 그 뜻을 거듭 되새긴다"며 "과거 선대회장이 임직원들로부터 생일선물로 전달받았던 '기흥사업장 모형도'도 소중하게 간직하며 반도체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거듭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래를 지향하는 R&D단지 기공식에서 40년 전 '도쿄 선언' 당시의 글귀를 다시 꺼낸 것은 과거 초심으로 돌아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향한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 임직원들과 2년 만에 직접 소통

이 부회장은 기공식을 마친 뒤에는 화성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임직원들과 간담회도 했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2020년 8월 수원사업장 '워킹맘' 직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만 2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의 건의 사항을 경청한 뒤 직접적으로 소통할 기회를 점차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어떠한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한 직원의 가족과 영상통화를 하는가 하면 간담회 이후 직원 한명 한명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와 함께 반도체연구소에서 DS부문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주요 현안 및 리스크,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개발 진척 현황, 초격차 달성을 위한 기술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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