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가벼운 감기" 외치던 브라질 대통령 처벌 위기

입력 2022-08-19 11:22
수정 2022-08-19 12:10
"코로나19는 가벼운 감기" 외치던 브라질 대통령 처벌 위기

경찰, 대법원에 기소의견…다수 허위정보 유포해 불안 조장

재선가도에 악재…대권 경쟁자 룰라 "악마에 홀렸나" 맹공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재선에 도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브라질 대통령이 코로나19를 '감기'로 부르는 등 대중의 경계심을 저해한 책임 때문에 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올 10월 예정된 브라질 대선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의 양자 대결 구도로 굳어진 가운데, 이번 일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브라질 연방 경찰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고 연방 대법원에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 보도했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 "가벼운 감기"라고 표현하는 등 대한 비과학적 발언을 쏟아내는가 하면 백신 접종 필요성을 저평가하며 도입을 지체하는 등 언행으로 국제적 비난을 자초했고, 이로 인해 의회의 국정조사를 받았다.

특히 작년 10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방송을 통해서는 안면 마스크 착용 때문에 1918년 독감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때 많은 사람이 죽었다거나 영국 정부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에이즈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허위 주장을 펴기도 했다.

연방 경찰은 대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허위 주장은 사람들 사이에 실재하지 않는 위험에 대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며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혐의에는 최고 6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보우소나루의 거친 언행이 선거판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황에서 향후 허위정보 유포에 대한 처벌 여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권 경쟁자인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선거운동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향해 "악마에 홀린 것 같다"며 "코로나19 희생자들을 위해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또 "당신이 과학과 의학을 믿지 않는 코로나 부정론자인 탓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부모를 잃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앞장서 코로나19 심각성을 저평가한 까닭에 방역규제가 느슨해져 큰 피해를 봤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브라질에서는 지금까지 3천424만여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그 가운데 68만2천여명이 숨졌다. 사망자 규모는 미국(106만4천여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연방 경찰의 처벌 요청과 관련해 아직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 자신을 '비겁한 쓰레기'로 비난하는 시위자의 멱살을 잡고 밀치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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