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통신3사, 통신·ESG 분야 협력…경쟁은 신사업에서
유·무선시장 포화에 점유율 경쟁 줄여…AI·UAM·구독으로 전장 옮겨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과거 가입자를 서로 뺏고 뺏기는 점유율 경쟁을 펼쳤던 통신 3사가 최근 '비통신' 분야에서 경쟁을 가속하고 있다.
통신 서비스를 두고 벌이는 경쟁은 다소 완화하는 모양새고, 환경·사회·기업지배 분야에서는 힘을 합치는 사례도 빈번해졌다.
2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는 최근 구독형 '보이는 컬러링'(영상 통화연결음) 서비스인 'V컬러링'의 유료 영상을 전면 무료화하고, 기본요금으로 1만2천여개의 영상 모두를 제공하기로 했다. SKT가 이달 2일 앞서서 이렇게 서비스를 개편한 뒤 다른 두 회사가 이달 16일 동참했다.
V컬러링은 2020년 9월 SKT가 개발했고, KT와 LGU+가 각 지난해 1·5월부터 그대로 연동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당시 이는 통신사들이 경쟁사 솔루션에 대응해 각자 개발에 나서며 경쟁하는 대신 통신 분야에서 협업을 택한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통신 3사는 V컬러링에서 일회성 협업에 그치지 않고 이후 공동 마케팅과 기부 캠페인 등을 진행하며 협력을 가속한 데 이어 이번 서비스 개편까지 상대적으로 빠른 기간에 모두 동참했다. 통화는 통신사를 넘나들며 이뤄지는 만큼 손을 맞잡고 서비스 저변을 넓히며 가입자를 늘리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통신 3사가 보인 협력 행보는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다른 두 사례는 ESG와 사회적 책임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달 4일 SKT·KT·LGU+는 SGI서울보증·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함께 비금융 신용평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학생·주부 등 금융거래 정보 부족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이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세 회사는 합작법인에 각 26%씩 지분을 출자했다. 통신 3사가 서로 대등한 지분을 갖고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사례다.
같은 날 세 회사를 비롯해 SKT의 자회사인 유선통신 사업자 SK브로드밴드 등 통신 4사는 태풍·수해·산불 등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통신 서비스 복구·예방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앞서 통신 3사는 올해 3월에도 ESG 경영 확산을 목표로 'ESG 펀드' 조성에 의기투합했다. 3사와 펀드 운용사인 KB인베스트먼트가 각각 100억원씩 출자해 총 400억원 규모로 펀드를 조성해 탄소중립 등 ESG 분야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육성을 위한 투자에 전액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ESG 펀드 조성을 위해 한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 힘을 모은 것은 이 사례가 국내에서 처음이다.
반면 통신 3사가 수년 전부터 시작한 비통신 분야의 경쟁은 올해 들어 더욱 불이 붙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대표적이다. 진짜 사람처럼 인간과 소통하는 AI 언어 모델과 콜센터에 AI를 접목한 '인공지능 콘택트 센터'(AICC) 등은 통신 3사가 모두 뛰어든 격전지다.
SKT는 올해 5월 고객과 자유 주제로 한국어 대화가 가능한 서비스를 표방한 성장형 AI 서비스 'A.'(에이닷)을 출시했다. KT는 같은 달 초거대 AI에 기반한 'KT AI 2.0'을 선언하고 청각·언어·시각지능·클라우드AI를 올해 내로 상용화하면서 AI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LGU+도 올해 6월 데이터·AI를 활용한 수익 창출을 위해 관련 조직을 개편하고 소상공인용 AICC 서비스 'AI 가게 매니저' 출시 계획을 밝히는 등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데이터·AI 분야 개발인력도 2024년까지 200명을 추가 채용해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통신 3사는 이외에도 각자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 5월 국토교통부 실증사업 참여를 제안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를 비롯해 '구독 경제',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비통신 신사업 분야에서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세 회사가 통신 분야 대신 비통신 분야에서 경쟁을 심화하는 것은 국내 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로 더는 경쟁을 통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점이 배경이 됐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 가입자는 이미 2010년 인구를 추월했고 올해 6월 말 기준 7천500만여명(회선·알뜰폰 제외시 6천350만)에 달한다. 유선전화 시장은 10년 넘게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3∼4년 사이 통신 시장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완화됐다"면서 "통신사들이 모두 통신에서 먹거리를 찾기 어려우니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통신사들이 통신 관련 서비스는 물론 지도 앱이나 앱 마켓 등 모바일 서비스를 배타적으로 운영하며 각자 가입자 유인책으로 활용했으나, 이제는 통신 사업에서만큼은 협업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ESG 경영이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영 화두로 자리를 잡았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업의 ESG 실천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은 가운데 통신 3사의 ESG 협업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통신업계 관계자는 "ESG 등 사회공헌 사업은 오히려 협력하지 않고 서로 더 잘했다고 내세우면 의미가 퇴색된다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ESG 경영 제고 차원에서 환경보호와 윤리경영 등 측면에서 세 회사 간 협력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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