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정부 '평화' 제의…티그라이 반군 "진정성 없어"
WHO 사무총장 "지구상 최악 재난"…다른 반군은 가뭄에 휴전 제안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에티오피아 정부가 17일(현지시간)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반군(TPLF) 측에 평화를 제의했으나 TPLF는 진정성이 없다면서 거부했다고 AP,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정부 평화위원회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3월 말 인도주의 차원에서 시작한 정전을 정식 휴전협정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성명은 "티그라이 지역에 기본 서비스를 재개할 뿐 아니라 인도주의 지원을 지속하며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본 위원회는 가능한 한 빨리 휴전을 마무리 지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과정을 가속하기 위해 본 위원회는 휴전을 완료하고 미래 정치 대화의 기초를 놓을 평화 제의를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TPLF는 위원회의 제안에 대해 상황을 오도한다면서 아비 아머드 총리 정부가 대화에 대한 어떤 진정성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TPLF 측은 평화 협정 이전에 우선 통신, 전기, 은행 등 기본서비스 공급부터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티그라이 지역은 지난 2020년 11월 내전 발발 이후부터 기본서비스가 사실상 끊긴 상태이다. 약 3개월간 인도주의 지원물자가 아예 들어가지 못하다가 지난 3월 말부터 소량의 의약품과 식량이 다시 반입됐다.
정부 평화위원회는 이 같은 안을 중재해달라고 아프리카연합(AU)에 제의했다고도 밝혔다. AU 특사로 현재 올루세군 오바산조 전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중재 노력을 하고 있으나 티그라이 반군 측은 퇴임을 앞둔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을 선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티그라이 출신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날 미디어 브리핑에서 티그라이 내전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심각한 "지구상 최악의 재난"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티그라이 주민 600만 명이 지난 21개월 동안 포위 상태에 있었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2년 가까이 외부와 차단된 채 지원이 끊긴 곳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티그라이 내전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티그라이 사람들의 피부색 때문일 것"이라면서 인종주의적 시각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우크라이나는 백인이고 에티오피아는 흑인이라서 인종주의 때문에 티그라이 사태가 주목을 못 받는다고 거론한 바 있다.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세계 지도자들 가운데 티그라이 사태를 거론한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며 티그라이 주민들은 현재 말라리아, 탄저병, 콜레라, 설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티그라이가 외부와 얼마나 차단됐는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뒤늦게 지난 7월에야 주요 지역병원에서 개시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TPLF가 에티오피아 중앙정부를 주도한 시기 보건부 장관과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기본서비스 재개의 선후 문제를 놓고 에티오피아 현 정부와 TPLF가 대립하고 있는 것과 관련, "기본서비스 재개부터 시작해 협상의 신뢰를 쌓아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TPLF는 아비 총리가 집권한 2018년 전까지 약 30년간 중앙정계를 장악했다.
아비 총리는 TPLF가 연방군 캠프를 공격했다면서 군을 티그라이 지역에 투입해 내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이 사망하고 약 2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한편 다른 반군인 오로미아해방군(OLA)은 최악의 가뭄으로 여자와 아이들이 매일 아사하고 있다면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휴전할 것을 정부 측에 제의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아직 아사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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