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후 트럼프 입지 강화되나…"보수층, 백악관行으로 복수"
압수수색 '트럼프 박해' 프레임 보수 결집…보수층 지지율 상승 추세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한 이후 보수층에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압수수색이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집결시켜 2024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로 더욱 각인시키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특히 재임 당시 자신에 대한 탄핵 찬성표를 던진 하원 공화당 의원 10명 중 2명만이 중간선거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등 '트럼프 영향력'이 실제로 입증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7일(현지시간) "FBI의 압수수색에 대한 보수층의 항의가 공화당 유권자들에 대한 트럼프의 장악력을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트럼프의 당내 도전자들의 길을 효과적으로 무디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법적 처벌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보수층에서는 그의 차기 대선 출마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공화당)은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트럼프는 절대 안 된다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가 FBI가 부패했고 1·6 위원회가 가짜 위원회라고 간주한다. 이들은 트럼프를 박해하려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가 유지되면, 당에서 트럼프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존 토머스는 "압수수색은 공화당 기반을 재충전하고 트럼프를 희생자로 만들었다"며 보수층 집결의 계기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와 당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FBI의 압수수색을 일제히 비난하면서 결과적으로 트럼프에 힘이 실리는 것도 트럼프에겐 호재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주말 집회에서 "현 정부는 누구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가에 따라 법을 집행하고 있다. 그것은 공화국이 아니다"라면서 "그리되면 바나나 공화국(해외원조를 받는 빈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압수수색 이후 트럼프의 지지율 상승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압수수색 이후인 지난 11일 여론 조사한 결과 공화당 지지층과 공화당 성향의 무소속 유권자의 57%가 '오늘 경선이 진행되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달의 53%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다.
이 조사에서 절반가량이 압수수색을 지지했지만, 공화당 지지층은 단 15%만이 찬성하는데 그쳤다.
뉴욕타임스(NYT)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유권자의 절반이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었다.
결국 압수수색 이후 보수층의 여론이 트럼프 지지로 꿈틀대고 있는 셈이다.
한 공화당 관계자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결정하면 디샌티스가 프라이머리에 나갈 길은 완전히 닫힐 것"이라며 "우리 유권자들은 복수를 원하며, 가장 좋은 방법은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다시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탄핵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낙마하는 가운데 반(反)트럼프의 선봉인 리즈 체니 의원마저 트럼프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더블 스코어 이상의 대패를 당해 그의 영향력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FBI의 조사 결과와 함께 자산가치 조작 혐의 수사 등 트럼프 전 대통령 앞에 놓인 수 많은 수사의 향배가 그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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