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물 말라붙는데…독일 라인강 불꽃놀이 강행에 항의 빗발
화재 예방 위해 소방호스로 맨땅에 물 끼얹자 분노 쏟아져
"기후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현실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폭염과 가뭄으로 독일 내륙 수운의 대동맥인 라인강이 말라가는 상황에서 연례행사인 '라인강 불꽃놀이'가 강행돼 독일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비난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주말 라인란트팔츠주의 코블렌츠시에서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 행사에 배 30척이 동원됐고, 방문객 10만 명이 찾았다고 밝혔다.
환경 문제를 주제로 한 마이클 잭슨의 '어스 송'(Earth song)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기도 했다.
그러나 행사에 앞서 소방관들이 불꽃으로 인한 화재 예방을 위해 호스를 이용해 인근 경사면에 다량의 물을 끼얹는 모습이 노출되며 분노를 불렀다.
카트린 헤네베르거 녹색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 행사는 모든 것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불꽃놀이를 취소하고 물을 절약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사면에 물을 뿌리고 불꽃놀이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라인강은 폭염과 가뭄 속에 수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강을 통한 수운 물류가 마비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 누리꾼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숲이 불길에 휩싸이고 라인강이 말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꽃놀이를 위해 경사면에 물을 대는 것은 우리가 기후 위기를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많은 사람이 이 트윗을 리트윗하며 동감을 표현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행사 주최 측인 라인란트팔츠 관광업체는 성명을 통해 불꽃놀이를 '여름의 꿈'이라고 칭하며 "라인강의 낮은 수위에도 불구하고 행사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라인강 불꽃놀이'는 라인강을 따라 5월에서 9월 사이에 진행되는 연례행사다.
주최 측은 9월에 라인강 중류 유역에 위치한 오버베젤시와 장크트 고아르시에서 불꽃놀이가 2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과 가뭄으로 라인강의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 서부 노스트라인 베스트팔렌주의 에머리히에서는 라인강의 수위가 24시간 만에 4㎝가 더 떨어져서 수심 측정기가 '0'을 가리키기도 했다.
독일 주요 산업 로비 단체는 라인강의 수위가 급감함에 따라 바지선을 이용한 화물 운송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공장들이 생산을 줄이거나 완전히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16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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