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인종차별 살해 협박 유명 래퍼 2명 체포

입력 2022-08-17 01:07
수정 2022-08-17 11:34
이탈리아서 인종차별 살해 협박 유명 래퍼 2명 체포

인종차별 범죄 잇따라…총선 앞두고 극우 세력 득세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가 점차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가운데 또다시 인종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1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에 따르면 유명 래퍼인 조르단(25)과 트라픽(26)이 강도와 인종차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둘은 이탈리아 북부 롬바디주에 있는 카르나테역에서 열차에서 내린 41세 나이지리아 노동자를 흉기로 위협해 자전거와 가방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둘은 범행 장면을 직접 찍어 버젓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범행 일시는 알려지지 않았다.

동영상에는 트라픽이 흉기를 휘두르며 나이지리아 노동자를 쫓아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자전거와 가방을 내려놓고 도망치던 나이지리아 노동자는 반대쪽 승강장으로 이동해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트라픽은 흉기로 자전거 타이어를 푹푹 찌른 뒤 선로에 내던졌다. 그는 "우리는 널 죽일 거야. 왜냐하면 넌 흑인이니까"라고 외쳤다.

조르단은 휴대전화로 이 광경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둘 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래퍼로, 이중 트라픽은 강도 전과가 있다고 '라스탐파'는 전했다.

이탈리아에선 최근 나이지리아 출신의 이주민 노점상이 백인 남성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등 인종차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노점상 알리카 오고르추쿠(39)는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동부의 해안도시 치비타노바 마르케 지역 시내 중심가에서 32세 이탈리아인 백인 남성에게 구타를 당해 숨졌다.

대낮에 벌어진 참극이었고, 주변에 적지 않은 사람이 있었지만, 누구도 범행을 제지하지 않아 공분을 키웠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에서도 아프리카 이주민 유입에 따른 고민이 특히 큰 나라다.

점차 확산하는 반이민 기류를 반영하듯 이탈리아에선 오는 9월 25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강경한 이민 정책을 공약한 극우 세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가 이끄는 이탈리아형제들(FdI),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또 다른 극우당 동맹(Lega),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FI) 등 3당이 속한 우파 연합은 현재 지지율이 48.2%에 달해 이 추세대로라면 상·하원 모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된다.

우파 연합 3당은 감세 규모 등 세부 공약에선 차이가 있지만, 반이민 정책에선 의견이 일치한다.

이탈리아에서 점차 확산하는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 현상이 극우 정당에 반사이익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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