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尹정부 주택공급정책…시장안정·반지하대책 고심해야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첫 주택공급 대책이 공개됐다. 정부는 16일 내년부터 5년간 전국에 270만 호(연평균 54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국민주거 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주택공급 대책은 지난 9일 발표될 예정이었다가 집중호우 피해 사태가 발생하면서 한주 미뤄졌다. 이번 대책은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에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당시와 비교하면 공공 주도의 공급 방안보다는 민간 주도로 수요가 많은 도심·역세권에 공급을 원활히 하고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가 담겼다. 민간 부문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 공급 측면을 강화해 가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급 부문의 강화가 불가피할 수 있으나 최근 들어 주택 시장은 다소간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관측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전반적인 공급·수요 추이와 현황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민간 부문의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대규모의 주택 공급 정책을 현실성 있게 운용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선 재건축 안전 진단과 초과 이익 환수제 관련 개선 방안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재건축 업계의 최대 관심 사항으로 꼽힌다. 정부는 현재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내용을 바꿀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안전진단 통과의 걸림돌로 간주되는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50%에서 30~40%로 낮추고 주거환경·설비 노후도 배점을 올리는 방향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서 언급됐던 내용이다. 구조 안전 배점을 줄이고 주거환경 비중이 높아지면 주차장 부족 등 재건축을 원하는 단지의 안전진단 통과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정밀안전진단의 경우 내용을 일부 간소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안전진단 규제가 지나치게 풀릴 경우 안정세를 보이는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의 변동 가능성에 대한 지적을 간과할 순 없는 일이다. 정부는 이날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 등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방안 제시를 유예했다. 이는 안전진단 기준 등을 둘러싸고 추가적인 협의 필요성 등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또한 초과 이익 환수제 관련 개정 문제는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 충분한 논의 과정이 전제돼야 할 듯하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 등을 계기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를 위한 대책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반지하 거주자가 원하는 경우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주는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고시원 등 비주택에는 46만3천 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지하(반지하)에도 32만3천 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의 61%가량은 서울에 몰려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침수 등 재해 위험에 항시 처할 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반지하 주거지의 이전 등 문제 해소 방안 자체가 그다지 쉽지 않은 게 현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지하는 서민·취약계층이 도심에서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어 수요가 여전한데다 반지하에서 나가면 더 나은 환경의 주택에 살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강제 이주시키듯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이 아니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취약계층을 상대로 면밀한 실태 조사와 심층 분석을 우선 진행하기로 했다. 좀 더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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