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6 대책] 침수사태 '반지하' 실태조사후 임대주택 이주·개보수 지원

입력 2022-08-16 12:09
수정 2022-08-16 18:42
[8·16 대책] 침수사태 '반지하' 실태조사후 임대주택 이주·개보수 지원

학교·직장 가까운 곳에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강제이주'는 어려워

서울시의 '반지하 원천 금지'엔 신중론…"지금도 지자체가 제한 가능"

재해취약주택 공공임대로 리모델링…반지하 등 커뮤니티 시설로 변경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가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사태가 발생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

반지하에서 옮기길 원하는 거주자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주거나 임대 보증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이주를 원하지 않는 경우는 침수 방지시설 설치 등 주택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재해 취약주택 해소대책'이 담긴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 반지하 61%는 서울에…싼 임대료에 직주근접, 이주 결심 쉽지 않아

국토부는 당초 지난 9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려다가 집중호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대책 발표를 미루고 피해 대응에 집중했으며 '반지하 문제'가 불거지자 재해 취약주택 해소 대책 마련을 검토해왔다.

국토부는 그동안 재해 취약 주택에 대한 개보수와 거주자 이주 지원 등 주거복지망 강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많은 주거 취약계층이 재해 위험에 노출됐다며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고시원 등 비주택에는 46만3천가구가 거주하고 있고, 지하(반지하)에도 32만7천가구가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가구의 61.4%는 서울에 몰려있다.



서울 반지하 가구의 20%(4만1천호)는 침수위험 지역이 있는 자치구에 있어 폭우 등 자연재해가 닥치면 언제든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그동안 취약계층에 대한 공공임대 이주 지원을 2017년 1천98가구에서 2018년 1천638가구, 2019년 3천905가구, 2020년 5천502가구, 지난해 6천26가구 등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비주택 거주가구수는 2017년 43만가구에서 2020년 46만3천가구로 오히려 늘어나는 등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국토부는 반지하 거주 해소 등 문제 해결이 말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반지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1만8천가구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9.4%가 다른 지역의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전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거절했다.

반지하는 서민·취약계층이 직주근접한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어 수요가 상존하는데 반지하에서 나가면 다른 지역의 더 나은 환경의 주택에 거주할 형편이 안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지하층의 임대료는 일반 전세의 36%, 일반 월세의 5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뾰족한 대책 없이 무조건 강제 이주시키듯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정답은 아니어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속도'보다' 내용'…실태조사·심층분석 후 이주·개보수 지원

국토부는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기보다 먼저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심층분석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말까지 전문기관의 연구용역과 관계부처·지자체 합동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해 재해 우려 주택의 분포와 밀집지역 현황 등을 조사해 공공임대 이주수요를 발굴한다.

조사 결과 재해 우려 구역으로 판단되면 주택 개보수 및 정상거처 이주 지원을 실시한다.

집중호우 등 재해에 취약한 주택은 정부가 매입한 뒤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반지하 등 공간은 커뮤니티 시설로 용도 변경을 추진해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한다.

거주자가 이주를 원치 않아 매입이 어려운 주택 등은 침수 방지시설과 여닫이식 방범창 설치 등 안전보강 비용을 지원한다.

이주를 원하는 거주자는 공공임대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증금을 지원한다. 또한 이들을 위해 도심에 신축 매입약정주택 물량을 추가로 확보하고 전세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다.



신축매입약정주택 공급은 지난 5년간 3만9천호에서 앞으로 5년간 15만호 규모로 4배 가까이 늘릴 계획이다.

민간임대주택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경우에도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울러 주거급여 지원대상과 금액을 확대하고, 더 나은 환경으로 이주하는 경우 보증금 외 이사비와 생필품 등도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했다.

재해 취약주택 밀집 지역에서 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용적률 상향, 방재시설 설치지원 등을 추진한다.

국토부는 이날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반지하 인허가 원천 금지 등 제안에 대해서는 "세입자·지자체 의견수렴,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재해 취약 주택 인허가 제한 강화 여부는 주거복지망 확대 여력과 주거취약계층 수요 등을 입체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도 지자체가 지방건축위 심의를 거쳐 침수우려지역 등 재해 취약주택의 허가 제한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는 다음달 재해 취약주택에 대한 연구용역 및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연내 재해 취약주택 거주자 주거지원 종합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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