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차단에 유럽 내 빈국·저소득층 더 아프다
가계지출, 핀란드 4% 늘지만 에스토니아는 25%
가스 의존도 등 영향…같은 나라서도 가난하면 더 부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유럽행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하면서 겨울철을 앞둔 유럽에서 '에너지 요금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유럽 내에서도 소득 수준이나 가스 의존도 등에 따라 영향도 천차만별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북유럽의 대표적 부국인 핀란드 일반 가정에서는 기존 가계 지출의 약 4%를 더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3일 보도했다.
이에 비해 발트 3국에 속한 에스토니아 가정에서는 적게는 15%에서 최대 25%를 더 지출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10분의 1 정도를 에너지 요금에 지출하는데, 같은 유럽임에도 상대적으로 더 가난한 동유럽권 국가일수록 에너지 가격 급등에 더 취약한 실정이다.
국가마다 다른 천연가스 의존도 역시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도매가격은 2배가량 크게 올랐다.
같은 기간 석탄 가격도 60%가량 올랐지만, 천연가스보다는 상승 폭이 크지 않았다. 재생 에너지 가격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을수록 요금 인상의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가령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영국 가정에서는 지출 부담이 10%가량 늘어나는 반면, 스웨덴은 5%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과 달리 스웨덴은 천연가스를 전력 자원으로 활용하는 비율은 3% 미만으로 비중이 작고, 수력이나 풍력, 원자력 발전이 많이 활용된다.
또 스웨덴 가정에서는 가스 난방보다는 '목재칩'을 활용한 공동 난방시스템 등이 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천연가스가 도매 시장에서 일반 가정 등 소매 단계로 유통되기까지 시장 구조에도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전력회사들은 도매가격 급등 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장기계약을 통해 천연가스를 구매한다.
이후 유통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차등분을 전가하는 방식 등을 취하게 되는데, 스페인에서는 소비자 요금이 거의 매달 달라지는 반면 폴란드에서는 1년에 두 번 정도만 요금에 반영된다.
이 밖에 정부가 가격을 동결해 사실상 에너지 가격 급등분을 부담하는 사례도 있다.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는 국영인 전력공사(EDF)가 전기료를 최대 4%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상한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원전 보수 등의 영향으로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인접 국가에서 에너지 수입량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입국들이 대부분 천연가스로 전력을 생산하기에,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 인상분을 EDF를 통해 부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방식은 에너지 절약하려는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는 데다 고소득층에 이득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장 취약한 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편이 더 낫다고 짚었다.
IMF 분석에 따르면 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계지출 증가는 대체로 저소득층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소득상위 20%의 가계지출 증가는 15% 미만이었으나 하위 20%는 25%에 달했다.
영국에서도 상위 20%의 가계지출 증가는 5% 남짓이었으나 하위 20%에는 15%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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