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천기누설은 버릇…"북한 앞바다에 핵잠" 누설한 적도
자택 기밀보관하다 압수…재임 내내 느슨한 비밀취급 논란
이란 로켓시설 트윗, 대테러 전술 설명, 신무기 깜짝언급 등 파문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도널드 트럼프(76) 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 자택에 기밀문서를 보관하다 압수당하면서 그의 허술한 기밀 정보 관리 태도가 또 도마 위에 올랐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일방적인 천기누설 등으로 미국 정보당국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관련 사례를 모아 보도했다.
대표적으로는 군사안보 1급 비밀로 취급되곤 하는 핵잠수함 위치를 누설한 사건이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필리핀 대통령과 통화 중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거론하며 "거기(한반도 주변)에 우리는 많은 화력을 갖고 있다. 잠수함 2척이 있다. 세계 최고 핵잠수함 2척"이라고 말했다. 이 사실은 나중에 필리핀 언론이 입수한 두 정상의 전화 녹취록에서 공개됐다.
미 국방력의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핵 추진 잠수함의 작전지역의 위치를 공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란 셈난주에 있는 이맘 호메이니 우주발사터미널 고해상도 이미지를 유출한 사건도 허술한 정보관리 사례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8월 30일 당시까지 존재조차 기밀로 여겨지던 로켓발사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느닷없이 트위터에 올렸다. 사진에는 "(화재에) 미국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도 달렸다.
이 발사장에서는 로켓 발사 준비 도중 화재가 발생해 과학자 3명이 숨진 바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부인하는 듯한 말을 꺼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 탓에 이란의 로켓 실패에 미국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돌기도 했다.
동맹국이 제공한 정보를 제3국에 누설한 경우도 있었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세르게이 키슬랴크 대사 등에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관련 정보를 흘렸다. 이 정보는 이스라엘 측이 미국에 제공한 고위 기밀로 파악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정보가 타국에 전달된 사실을 듣고 격분했다고 한다.
2019년에는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폭로한 기자 출신 저술가 밥 우드워드에게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핵무기 제조 사실을 누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미국에서 누구도 만들지 못했던 핵무기를 내가 만들었다"며 "푸틴(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은 "근거 없는 허풍일 수도, 극비 누설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같은 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이후에는 헬리콥터 몇 대를 투입했는지, 특수부대원들이 알바그다디 자택에 어떻게 진입했는지까지 시시콜콜한 정보를 까발렸다.
특히 미군이 IS의 전화·인터넷 사용 기록을 통해 위치정보를 획득했다는 점을 공개한 점이 문제가 됐다. 군사전문가들은 정보 취득 경로를 공개하면, 이를 역이용한 반격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기밀을 함부로 누설하면서도 정반대로 정보를 혼자 틀어쥐고 정보기관 최고 수장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댄 코츠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018년 7월 애스펀 안보포럼에서 진행자가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트윗을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초대를 받았다고 전하자 이렇게 답했다. "아니, 뭐라고요?"(Say that again?)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