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반지하 없애면 그분들 어디로 가나"…'속도조절론' 제기

입력 2022-08-12 22:12
원희룡 "반지하 없애면 그분들 어디로 가나"…'속도조절론' 제기

페이스북 글에서 "달동네 없애 반지하로 이사한 과거 되풀이 안돼

"실효적인 방안 마련해야"…16일 공급대책에 '반지하 대책'도 담길 듯



(세종=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반지하 대책'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은 "먼 거리를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환자,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실제 많이 살고 있다"면서 "이분들이 현재 생활을 유지하며 이만큼 저렴한 집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도 30여년 전 서울에 올라와 반지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아 반지하에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며 "산동네, 달동네를 없애는 바람에 많은 분이 반지하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관가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10일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의 퇴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원 장관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반지하 거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며 "당장 필요한 개보수 지원은 하되, 자가 전세 월세 등 처한 환경이 다르기에 집주인을 비롯해 민간이 정부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근본적으로는 주거 이전을 희망하는 분들이 부담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은 거주민들의 있는 그대로의 삶을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원 장관은 지난 10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주택가를 찾아 "쪽방 등 취약가구 거주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도시 전체에 대한 취약성 분석을 강화해 배수, 저류시설 확충 등 방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건축물 설계·관리 기준을 기후변화 시대에 맞게 정비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반지하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16일 발표하는 '250만+α(알파)' 주택공급대책에 '반지하 대책' 등 주거복지정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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