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파괴된 러 공군기지 사진 공개…"공격받았단 증거"

입력 2022-08-11 16:57
수정 2022-08-12 11:44
전투기 파괴된 러 공군기지 사진 공개…"공격받았단 증거"

사키 기지 폭발 후 전투기 최소 9대 파괴된 모습 포착

"우크라 특수부대가 드론 동원해 공격한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 사키 공군기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의 원인이 명확치 않아 의문이 증폭되는 가운데, 공군기지가 자체 폭발이 아닌 외부 공격으로 폭발했음을 시사하는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국의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Planet Labs)는 폭발사고가 있었던 사키 공군기지에서 최소 9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파괴된 정황이 담긴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폭발 하루 뒤인 10일 오후 4시 40분께 촬영된 것으로, 불에 그을린 비행장과 파손된 활주로, 흩어져 있는 전투기 잔해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플래닛 랩스가 기지가 폭발하기 4시간 전인 9일 오전 8시에 촬영한 사진에서는 전투기들이 손상 없이 서 있었다.

우선 이 위성사진은 폭발에 대한 러시아의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러시아는 폭발 직후 "저장고의 탄약이 취급 부주의로 폭발했다"라며 탄약 외에는 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의 설명에서 파괴된 전투기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탐사보도그룹 '벨링캣'의 설립자인 엘리엇 히긴스는 트위터에서 "최근 기억을 더듬어 봐도 러시아가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항공 자산을 잃었던 때가 언제인지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장고로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장소에서 3개의 분화구를 확인할 수 있다"며 "이런 분화구가 생기는 원인 중 하나는 장거리 무기를 이용한 정밀 타격인데, 분화구 폭이 30∼25m가 되는 것으로 볼 때 꽤 큰 탄약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폭격에는 매우 정밀한 무기가 쓰였거나 공격자가 운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도 폭발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전선에서 160㎞ 이상 떨어진 군 시설이 단순 실수로 폭발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

사키 기지는 Su-30M 전투기와 Su-24 폭격기, Il-76 수송기 운용 본거지로, 우크라이나 남부를 즉시 공습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라는 점에서 의심은 커지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항공 분석가인 저스틴 브론크는 "이 사건과 관련한 소셜미디어 비디오를 분석한 결과 공군기지로 미사일이 들어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활주로 근처 탄약고나 연료 저장고에서 '2차 폭발'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유력한 가설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기지에 가깝게 침투해 소형 드론이나 자폭용 드론으로 전투기나 연료 트럭 또는 저장고를 타격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자국 또는 자국 지원 세력의 공격을 인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최근 모호한 어투로 이번 폭발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또는 크림반도 내 게릴라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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