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속 대통령 쫓아낸 스리랑카, 권한 축소도 추진

입력 2022-08-11 11:22
경제난 속 대통령 쫓아낸 스리랑카, 권한 축소도 추진

선거관리위원 임명권 등 박탈…정부, 의회에 헌법개정안 제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경제난에 분노한 민심에 밀려 대통령이 해외로 쫓겨난 스리랑카에서 대통령 권한의 상당 부분이 축소될 전망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과 스리랑카 매체에 따르면 위자야다사 라자팍셰 스리랑카 법무부 장관은 전날 의회에 주요 대통령 권한을 제3의 기관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선거관리위원, 경찰·공무원, 뇌물·부패 조사관 임명권 등 대통령 권한을 의원과 비정치인으로 구성되는 별도의 헌법심의회로 넘기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하게 되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는 주요 공직자는 대법관, 중앙은행장 등으로 줄어들게 된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기본으로 의원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총리가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지만 대통령이 총리 등 정부 요직에 대한 임명권을 갖는 등 파워가 더 강하다.

대통령 권한은 2015년 헌법 개정 때 상당히 축소됐으나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9년 대통령 권한이 다시 강화됐다.

이번 개정안 추진은 지난달 출범한 라닐 위크레메싱게 정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위크레메싱게는 총리로 재직하다가 지난달 라자팍사 전 대통령의 사임 후 국회에서 신임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는 공식적인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와중에 지난달 9일 수도 콜롬보 등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시위대가 대통령 집무동과 관저로 난입하고 총리 관저도 불태웠다.

이 과정에서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은 군기지를 거쳐 싱가포르로 도피한 후 사임했으며 현재 태국으로 거처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위대는 라자팍사 대통령의 사임과 함께 대통령 권한 축소를 요구해왔고 위크레메싱게 신임 대통령도 이에 동의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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