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러시아 군용헬기 16대 구매계약 해지…"미국 제재 우려"
약 3천억원 규모…"우크라전이 취소 계기"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국들의 대러시아 제재 속에 필리핀 정부가 러시아 군용 헬리콥터 구매를 취소했다.
11일 일간 필리핀 스타와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국방부는 127억 페소(2천994억원) 규모의 러시아 Mi-17 헬기 16대 구매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고 전날 밝혔다.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적인 계약 해지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계약 취소로 야기되는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측과 외교적 대화를 시작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정세에 따른 우선순위 변화로 전 정부의 러시아 헬기 구매 계획을 취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호세 로무알데즈 주미 필리핀 대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약 취소의 계기가 됐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그는 러시아와 거래하는 제3국 정부나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법도 고려했다며 미국이 러시아산을 대체할 헬기 구매를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11월 러시아산 Mi-17 헬기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올해 1월에 선금을 지급했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필리핀은 이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군용 헬기 계약은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월 임기가 만료된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이 군용 헬기 구매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퇴임 전 러시아 헬기 구매 취소 방침을 정했고, 6월 30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 새 정부가 거래를 재검토해 취소를 확정했다.
두테르테 정권에서 러시아산 군용 헬기 구매를 추진한 델핀 로렌자나 전 국방장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임기 말에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산 헬기 구매로 인한 이익보다 불이익이 더 크다는 주미 대사의 경고 이후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미 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2월에는 미국으로부터 블랙 호크 군용 헬기 32대를 320억 페소(7천545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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