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솔레이마니 죽음' 복수하려 볼턴·폼페이오 암살 노렸다(종합)

입력 2022-08-11 12:41
이란, '솔레이마니 죽음' 복수하려 볼턴·폼페이오 암살 노렸다(종합)

美법무부, 이란 혁명수비대원 암살 교사 혐의로 기소

볼턴 "이란에 읍소하는 모습 보이면 테러 위험 더 커져" 맹비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정빛나 기자 = 이란이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매파 인사들에 대한 암살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 법무부는 10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 등의 암살을 교사한 혐의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샤흐람 푸르사피(45)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0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미국 내에서 30만달러(약 3억9천만원)에 암살자를 고용해 볼턴 전 보좌관을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현재 수배 중으로 이란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푸르사피는 2020년 10월 익명의 한 미국인 거주자에게 향후 출간할 책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볼턴의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이어 푸르사피는 암호화 메시지앱을 통해 여러 명의 미국인에게 접근했고, 그중 한 명에게 볼턴의 암살을 요구했다. 살인 청부 비용은 처음에는 25만달러에 시작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30만달러로 올라갔다.

푸르사피는 볼턴을 자동차 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이란 정부와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미 법무부는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이 같은 암살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솔레이마니는 이란 군부 실세이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버금가는 권력자로 평가받던 인물로, 2020년 1월 3일 이라크에서 미군 드론 공습을 받고 사망했다.

하지만 '예비 킬러'는 차일피일 볼턴 암살을 미뤘고, 푸르사피는 솔레이마니 사망 1주년을 넘기자 크게 화를 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암살자는 사실 미 연방 정부의 비밀 정보원이었다. 치밀한 듯 보였던 이 암살 계획은 미국 정보당국에 그대로 보고됐다.

푸르사피는 자신이 믿은 킬러에게 볼턴 전 보좌관 암살에 성공하면 100만 달러(약 13억원)짜리 '두 번째 임무'를 주겠다는 제의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푸르사피가 언급한 '두 번째 임무'는 폼페이오 전 장관 암살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미 지난 3일 폼페이오 전 장관에게 이란 혁명수비대 암살 계획의 표적이었음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성명에서 "당장 많은 것들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며 "이란의 지도자들은 거짓말쟁이고, 테러리스트이며 미국의 적"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CNN에 출연해선 트럼프 행정부 시절 파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모색하는 바이든 행정부를 맹비난했다.

볼턴은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해서 이란에 핵 합의에 복원하라고 읍소하며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큰 실수"라며 "이는 이란이 이런 종류의 테러에 관여하도록 부추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미국 매체 더힐은 전했다.

그는 자신에게 책정된 암살 대금 30만달러가 너무 저렴해 당혹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17개월간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내냈으나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 해제를 놓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견 충돌을 빚은 뒤 2019년 사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을 출시, 북미 비핵화 협상 과정을 비롯한 외교 비화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행 등을 고스란히 폭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전 장관 역시 대표적인 이란 강경파로 꼽히며, 솔레이마니가 숨진 미군 공습 당시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재직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 정부의 기소에 대해 "근거 없는 중상모략"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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