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우크라인 보호 업무 대신해주겠다"…러시아는 외면
보호권한 위임 방안 추진…러 "스위스 중립성 훼손"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스위스가 중립국으로서 러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보호 업무를 대리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제재에 동참했다는 사유 등으로 이런 스위스의 제의를 외면하고 있다.
주 스위스 러시아대사관은 9일(현지시간) 스위스 매체인 타게스안차이거에 우크라이나인 보호권한 위임(Schutzmachtmandat) 방안과 관련해 "스위스의 중립성이 일정 정도 훼손됐다고 생각하며 따라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중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방안은 스위스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대신해 러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영사 업무 등을 대행하며 보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지칭한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스위스 연방정부와 보호권한 위임 방안을 3개월 넘게 추진 중이다.
지난 4월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그나지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 양국 간에는 실무적인 대화가 진행돼왔다.
스위스는 1980년대 이란에서 미국인 보호 업무를 위임받은 경험이 있다. 2019년에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조지아와의 평화 협상 중재에도 관여했다.
현재 러시아에는 우크라이나인 200만여명이 머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가 이들에 대한 보호권한을 어느 범위까지 위임받을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전쟁 발발 후 전면 중단된 여권 발급 등 기본적 영사 업무를 포함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이 성사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인도적 사안을 주춧돌로 삼아 교섭의 길을 열 수 있고, 스위스로서는 중립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립국 스위스'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스위스가 최근에도 러시아산 금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의 자산을 동결하자는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후방 지원하는 서방국가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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