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가격 안정도 잠시…이상기후로 공급부족 우려 확산
프랑스·인도 등 주요 곡물 생산량 감소 전망…브라질선 커피 생산 타격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 식량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 간신히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곡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재연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커피의 경우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악천후로 수확량 손실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돼 대표적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의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주요 곡물의 선물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내렸다. 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7월에 8.6% 내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가뭄, 홍수, 이상고온 등으로 세계 각국의 곡물 재배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이상고온으로 인해 올해 곡물 수확량이 작년보다 5% 감소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농업 비중이 큰 프랑스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프랑스 옥수수 수확량은 작년보다 19% 줄어든 126만6천t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6년 이래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독일과 루마니아와 같은 주요 생산국의 경작지도 가뭄 문제를 겪고 있다.
인도 역시 올 3월에 1901년 이래 최악의 이상 고온에 시달렸다. 그 여파로 인도는 겨울밀 수확에 큰 타격을 받아 지난 5월 밀 수출을 금지했다.
또한 강우량 부족으로 인도의 쌀 재배 면적도 줄었다. 이는 쌀 생산 감소와 수출 제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인도는 세계 쌀 무역의 40%가량을 담당한다.
전쟁이 우크라이나의 향후 곡물 수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49%나 감소했고, 파종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프랑스산 밀 수입을 늘리고 있다. 이집트는 전쟁 발발 전엔 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부터 밀을 들여왔다.
블룸버그는 호주와 캐나다와 같이 곡물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예외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단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는 희소식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세관당국에 따르면 중국의 상반기 옥수수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1%, 밀은 7.8%, 대두는 5.4% 각각 감소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식당과 케이터링 수요가 억제된 탓에 중국의 팜유 수입도 줄었다.
농경제 분석회사 애그리소스의 벤 버크너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년과 달리 단 1부셸의 생산도 중요하다"며 "미국과 세계 수급 상황이 빠듯한 점을 감안하면 기존 추세 대비 1∼2%의 생산량 감소도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커피의 경우 브라질에서 생산량 감소로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 악천후로 인해 커피 생산량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커피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커피 원두 크기가 평소보다 작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60㎏짜리 한 자루를 채우는 데 필요한 커피 원두의 양이 570ℓ로, 평소(420ℓ)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아라비카의 선물 가격이 최근 2년 사이 80%가량 급등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커피 수출국인 브라질의 생산량 감소는 세계 커피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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