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압수수색 당한 트럼프, 지지자에 결집 호소
'정치적 박해' 주장하며 세몰이…논란 돌파 시도
백악관 "트럼프 압수수색, 언론보도 보고야 알았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자택을 압수수색 하는 이례적 상황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호소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발송한 정치모금 이메일에서 "그들은 공화당과 나를 또 한차례 멈춰 세우려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무법과 정치적 박해, 마녀사냥을 반드시 (백일하에) 드러내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탈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현 정부가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자신을 수사하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FBI 수사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몰이를 시도,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패배한 직후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를 출범시켰고, 이를 통해 이미 1억 달러(약 1천300억원)가 넘는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다.
공화당 의원들의 지원사격도 잇따르고 있다.
친트럼프 성향 공화당 의원들은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누르고 하원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종해 온 짐 뱅크스(공화·인디애나) 하원의원 등은 9일 뉴저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골프클럽을 찾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백악관은 FBI의 압수수색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 보좌관들이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압수수색 사실을 알았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장한 '정치공작' 의혹을 일축했다.
미 법무부와 FBI는 관련 언급을 거부하는 것을 넘어 압수수색을 진행한 사실조차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기밀자료 무단 반출 등 혐의로 연방 검찰의 수사를 받아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FBI가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고 강제수사에 나섰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FBI가 올해 초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 건물을 찾아 트럼프 측 변호사 입회하에 잠긴 창고에 보관돼 있던 상자들을 조사했다고 전했다.
FBI의 자택 압수수색은 수사 절차일 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드시 형사기소된다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차기 대선 도전에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대통령 재임 기간 모든 공적 기록물을 보존하도록 한 대통령기록물법을 위반해 유죄가 확정되면 추후 연방 공직 진출이 차단된다는 조항 탓이다.
다만, 법조계에서 해당 조항이 합헌인지에 대한 의견이 갈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당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아도 위헌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구성이 6대 3으로 보수 우위라는 점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보인다.
공화당 내 지지세도 확고해 보인다.
수많은 정치적 스캔들을 겪어온 만큼 논란 한두 건이 추가된다고 해도 지지자들이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고 '콘크리트 지지층'은 오히려 더욱 결집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일부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 자택 인근에서 FBI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NPR 라디오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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