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한 러시아 무기에 미국·유럽·아시아 부품 사용"

입력 2022-08-09 02:13
수정 2022-08-09 11:10
"우크라 공격한 러시아 무기에 미국·유럽·아시아 부품 사용"

영국 싱크탱크, 27개 무기 체계에서 외국산 부품 450개 확인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이 최다…한국 기업이 만든 부품도 6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용한 무기에 미국, 유럽, 아시아 기업에서 만든 반도체 등 부품이 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비난하며 각종 제재를 내렸지만, 그 전쟁에 서방이 일조한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우크라이나에서 회수한 러시아 무기 일부를 조사한 결과를 담아 8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RUSI는 로이터 통신과 협업해 러시아 무기와 군용품 등 27개를 뜯어 분석해보니 최소 450개의 부품이 외국에서 생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기업이 만든 부품이 317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 34개, 대만 30개, 스위스 18개, 네덜란드 14개, 독일 11개, 중국 6개, 한국 6개, 영국 5개, 오스트리아 2개 순으로 그 뒤를 따랐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 중에서는 '아날로그 디바이스'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가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다.

러시아군이 사용한 무선통신장비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국 기업이 만든 위상동기회로(PLL) 실리콘게이트가 담겨있었다.

다만, RUSI는 "유명한 서구와 아시아 기업 로고가 박힌 부품이 위조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들 제품은 비군사적 용도로도 쓰이는 만큼 러시아 측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온라인에서 사들였을 가능성도 있다.

무기별로 보면 러시아의 최신 무기인 9M727 순항미사일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스,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 등이 만든 부품이 들어있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 곳곳을 타격한 Kh-101 순항 미사일에서도 인텔, 자일링스 등이 생산한 부품 31개가 발견됐다.

잭 와틀링 RUSI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무기가 서양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러시아 무기에 들어간 부품을 생산한 기업들은 각국 정부가 부과하는 제재를 준수하고 있으며 러시아로 제품 수출을 중단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아날로그 디바이스는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했으며, 유통 업체에 러시아로 제품 출하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는 "러시아 무기에 사용된 부품은 상업용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설명했고, 인텔 측은 "우리 제품이 인권 침해에 사용되는 것을 지지하지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이프러스 세미컨덕터의 모회사인 인피니온은 자사 제품이 의도하지 않은 목적으로 쓰이고 있는데 우려를 표명했고, 자일링스를 소유한 AMD는 수출 규제를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