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력시위 후폭풍…국제사회 대응 속 美 대만정책법 주목

입력 2022-08-08 11:57
수정 2022-08-08 13:49
中 무력시위 후폭풍…국제사회 대응 속 美 대만정책법 주목

법안, 미 상원 계류…대만을 동맹으로 지정이 골자

인도, 10월 미국과 군사훈련…남중국해 무력 분쟁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이 7일로 종료된 가운데 외부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72시간의 이번 군사훈련을 통해 언제든 대만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국제사회도 맞대응에 나선 형국이다.

인접국인 일본과 호주는 반발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중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온 남중국해에서도 유사한 무력 시위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무엇보다 중국과 앙숙인 인도와 미국이 합동 군사훈련을 하기로 한 점과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대만정책법 제정 시도에 눈길이 끌린다.

이르면 10월 하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중국은 이런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보인다.



◇ 72시간의 무력 시위한 中, 이젠 국제사회 반격에 직면

미국 의전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고 여긴 중국은 대만을 포위한 채 72시간의 군사훈련을 벌였다.

첫날인 4일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대만 해협에 장거리포를 쏟아부으며, 유사시 미국의 진입을 차단하는 '지역 거부 능력'까지 시험하는 실탄 사격 훈련을 함으로써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이어 5∼7일에도 중국은 항공기와 군함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경계선이라고 할 대만 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는 도발을 했다.

그러나 이 기간에 실탄 사격을 하지 않는 등 완급을 조절했다.

중국은 이어 8일부터 길게는 한 달여 대만 북쪽인 산둥성 해역과 랴오둥반도 북쪽 바다인 보하이만에서 실사격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기는 하지만 대만 봉쇄 무력 시위는 사실상 종료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우선 대만은 9∼11일 섬 남부의 핑둥현 부근에서 155밀리 곡사포 78문과 120밀리 박격포 6문을 동원한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한다. 중국의 해상·공중 공격에 대비한 것으로, 훈련 기간을 달리함으로써 추가 긴장 고조를 피하면서도 군사적 압박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겠다는 것이다.

이외 지난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도중에 미국·일본·호주 등 3국 외교장관들은 중국의 군사행동에 강한 우려와 함께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은 3일 대만 해협에서의 중국 군사훈련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갈등 당사국인 베트남·필리핀 등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도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미국의 대만정책법·미-인도 군사훈련 '핫이슈' 될 듯

이런 가운데 인도가 오는 10월 중순 중국과의 접경에서 미국과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훈련 장소는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의 아우리이다. 이곳은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지대인 실질 통제선(LAC)로부터 95㎞ 떨어져 있다.

인도는 1962년 중국과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고, 2020년에는 양국 군 간에 국경 난투극이 여러 차례 벌어질 정도로 말 그대로 앙숙이다.

중국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계기로 인도가 미국과의 합동훈련의 강도를 높여갈 경우 중국으로선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 상원에 계류 중인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이다.

이 법안은 대만을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35억 달러(약 5조9천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과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이 공동 추진하고 있다.

동맹국 지정은 말 그대로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반발은 불문가지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미국이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은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 당시 제정한 대만관계법 상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마련하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미국-대만 관계를 정립해왔으나, 대만정책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런 입장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사실상 대만을 둘러싼 기존 질서가 확 바뀌게 되는 셈이다.



◇ 강공이냐 vs 타협이냐…딜레마 속 중국의 선택은

이젠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이번 군사훈련의 가장 큰 메시지는 중국군이 언제든 대만 봉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그러나 이를 통해 주변국들의 대응이 본격화해 중국이 딜레마에 처했다고 짚었다.

'3연임'을 확정할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도, 이번 일로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와 경기 침체에 따른 국민적 반감을 잠재우면서 강력한 '중화민족주의'를 되살리는 성과를 얻었으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제사회의 반격으로 중국의 고립이 가중돼 경제적 손실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이와 관련, 외교가에선 중국 당국이 20차 당대회까지는 대내적으로는 중화민족주의를 강조하며 민심을 결집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사안별로 대응을 달리하는 식으로 완급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만에 대해서도 국제사회로부터 따가운 눈길을 받는 군사적 대응보다는 경제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의존적인 양안 무역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의 손실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만에 대한 경제적 압박의 강도를 높여 2023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2024년 총통·국회의원 선거에서 독립 세력인 민진당 정권을 교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5일 펠로시 의장과 그 직계 친족 제재와 함께 미중 간에 기후 변화 협력과 군사 당국자 간 접촉 중단 등 8개항의 대화·협력 단절 선언을 한 만큼, 추가적인 액션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