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의 또 다른 뇌관, '대만정책법'…백악관 입법에 난색
상원 계류…대만을 美의 주요동맹국 지정·안보지원 등이 핵심
법안 통과시 '하나의 중국' 원칙 근본적 변경…백악관, 수정 시도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또 다른 잠재적 뇌관을 놓고 골치를 앓고 있다.
상원에 계류 중인 '2022 대만정책법안(Taiwan Policy Act of 2022)'이다.
7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과 대만의 관계 설정에 있어 한층 '친(親) 대만 노선'으로 기우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만정책법안을 수정하도록 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이 공동 추진하고 있는 이 법은 대만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국가 중에서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하고, 향후 4년간 35억달러(약 5조9천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에는 대만이 각종 국제기구와 다자무역협정에 참여할 수 있는 외교적 기회를 증진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이 법안은 1979년 대만관계법 제정 이후 가장 포괄적으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재정립하는 것"이라며 강력한 법안 처리 의지를 밝혀 왔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하며 대만관계법을 제정, 미국이 대만에 자기방어 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마련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선에서 양측 관계를 정립해 왔다.
이는 대만과 관계 설정에 있어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미국 정부의 원칙이다.
현재 상원에 계류 중인 법안이 실제로 처리될 경우 대만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으로 인정되는 것이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배치된다는 중국 정부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백악관 입장에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가뜩이나 중국 정부와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의회 차원에서 공격적인 입법마저 이어질 경우 미중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 차원에서 일부 법안 내용에 대한 수정을 시도하고 있고, 의회 내부적으로도 미중 갈등이 격화된 이후 일부 우려 기류가 포착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애초 해당 법안은 지난 3일 외교위원회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 표결로 일정이 순연됐다.
메넨데스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일정 연기로 법안을 다듬을 여지가 생겼다"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공화당을 중심으로는 지나친 중국 눈치보기라는 강경 기류가 여전하다.
공화당 소속 짐 리시 상원 의원은 "백악관은 이미 대만 정책을 충분히 훼손해 왔다"며 "백악관이 법안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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