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판 못 참는 니카라과 정권, 언론·NGO 이어 가톨릭 탄압

입력 2022-08-08 02:22
정부 비판 못 참는 니카라과 정권, 언론·NGO 이어 가톨릭 탄압

가톨릭 라디오 폐쇄 이어 '증오 부추겼다'며 주교 수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니카라과 정부가 언론과 시민단체는 물론 종교계에까지 칼날을 겨누고 있다.

니카라과 경찰은 지난 6일(현지시간) 마타갈파 교구를 이끄는 롤란도 호세 알바레스 주교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성명에서 알바레스 주교가 "니카라과 정부의 안정을 해칠 목적으로 (중략) 폭력단체 조직을 시도하고 증오 행위를 부추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주교의 주거지를 5일부터 포위하고, 미사 집전을 위해 성당에 가는 것도 막았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알바레스 주교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오르테가 정부가 최근 가톨릭 라디오 방송국을 폐쇄하자 알바레스 주교는 트위터에 "(그들이) 우리 라디오는 폐쇄했지만, 신의 말씀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1979년 산디니스타 좌익 혁명 후 1990년까지, 이후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 중인 76세의 오르테가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반(反)정부 시위 등을 계기로 거센 반대파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

온갖 수단으로 언론을 압박해 줄줄이 문 닫게 하고, 1천 개가 넘는 비정부기구(NGO)를 폐쇄하는 등 정권과 다른 목소리를 철저히 탄압했다.

니카라과는 인구 절반이 가톨릭 신자일 정도로 가톨릭의 영향력이 큰데 오르테가는 가톨릭계에도 날을 세웠다.

지난 3월 니카라과 주재 교황청 대사를 별다른 설명도 없이 돌연 추방했고, 6월엔 테레사 수녀가 만든 사랑의 선교 수녀회 니카라과 지부를 폐쇄해 소속 수녀들이 이웃 국가로 떠나야 했다.

최근엔 마타갈파 지역에서 가톨릭이 운영해온 라디오 방송국 7곳을 폐쇄했다.

니카라과 가톨릭은 오르테가 정권의 반정부 시위 탄압 과정에서 시위자들을 성당에 피신시키거나 정치범 석방을 위해 중재 노력을 한 바 있다.

브라지언 니콜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최근 트위터에 "가톨릭에 대한 오르테가의 가혹한 공격은 니카라과 종교의 자유는 물론 표현의 자유에도 큰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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