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당 "금리 더 일찍 올렸어야"…야당 "존슨총리 어디 있나"
암울한 경제전망에 책임공방…BOE 총재 "총리 바뀌어도 임기 채울 것"
트러스 측 BOE 독립성까지 만지작…"감세로 경기침체 피할 수 있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중앙은행이 암울한 경제 전망을 한 뒤 보수당 차기 총리 유력 후보 측과 거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5일(현지시간) BBC 인터뷰에서 물가 대응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을 강력히 반박하면서 "1년 전에 금리를 올렸다면 코로나19 후 경기회복에 차질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2년 전 코로나19와 인력 부족 상황을 상기시키면서 당시엔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며, 아무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예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수엘라 브레이버먼 법무상은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한참 전에 금리를 올렸어야 하며, BOE의 독점적 금리 결정 권한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당 대표 및 총리 후보로 유력한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의 지지자다.
역시 트러스 후보 측의 콰시 콸텅 산업부 장관도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BOE의 물가 상승률 목표는 2%인데 현재 상황은 두 자릿수로 올라가고 있다"라며 "뭔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트러스 후보도 물가를 잡기 위해 BOE의 권한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약속하면서 독립성까지 손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이에 베일리 총재는 BOE의 통화정책 독립성은 유지돼야 하며 총리가 바뀌더라도 자신의 8년 임기는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BOE의 권한 등에 관한 논의는 기꺼이 할 수 있다"면서도 "독립성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려는 분위기가 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BOE는 전날 27년 만에 최대 폭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영국 경제에 경고음을 울렸다.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4분기에 경기침체에 진입하고 물가 상승률은 13.3%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금융위기 때만큼이나 오랜 기간 어려움이 지속되고, 물가는 내년에도 고공행진을 하면서 상당 기간 10%가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물가를 올리는 주요인인 에너지 요금은 올해 10월엔 가구당 평균 3천500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업률은 현재 3.8%로 사상 최저 수준이지만 향후 경기가 꺾이면서 2024년 초에는 5%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트러스 장관은 전날 TV로 중계된 보수당 토론회에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자신의 감세 공약으로 경기 하강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감세를 해도 인플레이션이 심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존슨 총리의 낙관적 태도를 이어받아 보수당 당원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맞서 상대편 후보인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은 "경기침체를 일으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라며 "감세를 위해 차입을 하면 금리인상 압박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요술 같은 해법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제1야당인 노동당에서는 중요한 경제 전망이 발표된 시기에 보리스 존슨 총리와 나딤 자하위 재무부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콸텅 장관은 존슨 총리와 계속 연락은 된다면서도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는 "갓 결혼 파티를 했으니 신혼여행 중일 것 같다"고 말했다.
더 타임스는 존슨 총리 부부가 슬로베니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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