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20년 KT] ② 디지코·콘텐츠 강자와 통신장애 사이 명과 암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IPTV 1위 유지…AI·콘텐츠 강자로 우뚝
정치적 외풍 휘둘리고 통신장애 반복에 품질 문제까지 비판 지속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오규진 기자 = 이달 20일로 민영화 20주년을 맞는 KT는 여전히 통신시장의 강자다.
그간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TV(IPTV)로 대표되는 유선통신 시장에서 선두를 유지해 왔으며,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SK텔레콤에 이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KT는 통신기업 '텔코'(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디지코'(digico)로 전환을 선언하며 인공지능(AI)과 콘텐츠 등 전통적인 통신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본업'인 통신 분야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5G와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서비스에 매진해 왔으나, 통신업체로서 기본인 네트워크 관리가 충분하지 않아 최근 잇달아 대형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또 민영화된 지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정치적 외풍에 취약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평을 들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권력 눈치를 본 채용 비리도 불거졌다.
◇ 20년 유선시장 1위 굳혀
7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KT는 민영화 이전부터 갖춘 통신망을 바탕으로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IPTV 등 유선통신 시장에서 1위를 유지해 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통계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KT의 유선 시내전화 사업 회선은 958만여 개로 전체 회선(1천190만여 개)의 80.5%를 차지하고 있다.
또 KT 초고속인터넷 회선은 960만여 개로 전체 2천326만여 개의 41.3%다. 2002년 400만 개 수준이었다가 10년 만인 2012년 말 800만 회선을 넘는 등 매년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다.
KT는 2008년 IPTV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한 뒤 줄곧 1위 사업자 타이틀을 지켰다. 과기정통부의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산정 기준(6개월 평균)에 따른 작년 하반기 IPTV 가입자 수는 1천968만9천655명이었는데, 이 중 KT 가입자가 839만6천249명으로 42.6%를 차지했다.
◇ 텔코에서 디지코로, '우영우'까지…시총 10조 회복
통신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오던 KT는 2020년 ABC(AI·빅데이터·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디지코 기업으로 변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KT는 AI 서빙·반려·방역 로봇 등의 개발과 AI 통화비서, AICC(인공지능 고객센터)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클라우드 사업을 분사해 'KT클라우드'를 출범했다.
KT는 지난해 1월 콘텐츠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투자와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 계열사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하면서다.
올해 3월에는 CJ ENM[035760]이 KT스튜디오지니에 1천억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했고, KT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전문 법인으로 지난해 출범한 '시즌'은 CJ ENM에서 분사한 OTT인 티빙과 올해 12월 통합하기로 했다.
KT스튜디오지니가 공동 제작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최근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드라마는 KT의 다중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인 스카이TV의 메인 채널 ENA를 통해 방영되면서, 채널이 'ENA'라는 이름으로 개편된 지 3개월 만에 채널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디지코 전환을 가속중인 KT의 성장은 수치로 입증된다. 2020년 3월 한때 4조원대까지 곤두박질쳤던 KT 주식 시가총액은 이달 1일 종가 기준으로 9년 2개월 만에 10조원을 넘겼다.
민영화 첫해인 2002년 약 11조6천억원 수준이던 매출도 지난해(연결 기준) 24조9천억원까지 올랐다. 올해 1분기는 매출은 6조2천777억원에 영업이익 6천266억원으로 2010년 3분기(6천300억원대) 이후 1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외풍' 여전…무궁화 2·3호 불법 매각 논란도
그러나 KT가 민영화한 지 지난 20년의 시간 동안 보인 어두운 면도 만만찮다.
민영화를 하면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골자로 한 정관을 채택했지만, 역대 KT 최고경영자(CEO)들은 정치권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이석채 전 회장과 남중수 전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딸 등 유력 인사 친인척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지난해 전·현직 KT 임원들은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는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구현모 대표는 벌금 1천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KT는 또 정부와의 협의 없이 매각해서는 안 되는 무궁화 2호와 3호 위성을 각각 2010년 1월과 2011년 9월 홍콩 위성서비스 업체 ABS에 '헐값 매각'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매각에 관여한 전직 임원 두 명은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았다.
KT는 이후 무궁화 3호 소유권을 가리는 국제소송에서도 끝내 패소하며 위성의 소유권을 되찾아올 수 없게 됐다.
◇ 계속되는 통신장애·속도저하…'무리한 탈통신' 논란
민영화 이후 KT는 여러 차례 크고 작은 통신장애를 겪었다. 다른 통신업체들은 장애가 생기더라도 대개 그 회사 서비스로 피해가 한정되지만, KT 망의 장애는 전국의 모든 통신망과 ICT 서비스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KT 민영화 이듬해인 2003년 초 전국을 강타한 '1·25 인터넷 대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서버 취약점을 이용한 '슬래머' 웜이 우리나라의 인터넷망 연결을 책임지던 KT혜화지사를 통해 유입되면서 전국적인 인터넷 마비로 이어졌다.
최근 KT의 대규모 통신장애 사례는 2018년 11월 발생했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통신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 이상 마비됐다. KT아현지사 건물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 나 광케이블 등을 태웠기 때문으로, 화재는 10시간여 만에 진화됐으나, 전화와 인터넷 회선 등을 복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에서 KT가 망 고도화를 위한 설비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라우팅(네트워크 경로설정) 오류로 전국에서 1시간 25분가량 유·무선 인터넷 사용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
인터넷 속도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사례로는 지난해 4월 유명 IT 유튜버 '잇섭'이 10Gbps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의 실제 속도가 100Mbps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한 경우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조사에 나선 방송통신위원회는 KT의 관리 부실을 인정하고 과징금 5억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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