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이란 협력 위성, 우크라전 감시용으로 우선 쓰일 듯"
9일 '하이얌' 발사…서방 "당장은 이란이 통제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러시아가 다음 주 이란을 대신해 발사할 예정인 위성이 이란 주변 정찰보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먼저 활용될 것이라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서방 안보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서방 안보 당국자 2명은 내주 발사 예정인 '하이얌' 위성을 이란이 당장 통제하지 못할 수 있으며, 러시아가 이를 몇 달간 혹은 그 이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 목표물 감시 능력을 개선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이란 출신 철학자이자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이름을 딴 이 위성은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전날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이란이 주문한 원격 감지 장치(위성)를 '소유즈-2.1B' 로켓에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위성 발사는 러시아와 이란 간 정치·군사 협력의 진전을 보여주는 것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란 방문이 2주 가량 지난 시점에 발표됐다.
서방 당국자들은 이 위성 카메라의 해상도는 1.2m 크기의 물체를 식별 가능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 정찰 위성이나 상업 위성 사진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지만, 현재 이란 수준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에 있는 군사시설, 걸프국가 인근의 석유 시설 등을 골라 지속적인 감시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지난달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돕기 위해 최첨단 감시 드론 공급을 제안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기술에 대한 국제 제재와 보이콧에 직면했다.
이란은 2020년 자체 기술로 '누르-1' 등 인공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켰지만 기술적인 문제를 겪었고, 미국으로부터 '추락하는 웹캠'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이란의 위성 능력 향상은 주변국들과 적성국, 미 군사·정보 당국자들에게는 불안을 야기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군사 감시를 하는 것 외에도, 이 지역 전역의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민병대와 위성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친이란 민병대는 미군과 훈련병을 수용하는 이라크 군사기지에 로켓과 드론 공격을 반복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이란 전문가였던 리처드 골드버그는 "이는 미국과 중동의 동맹국들에 명백하고 실재하는 위험"이라며 "이란이 미사일 무기고를 완성함에 따라 위성 능력과 감시 능력을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는 것은 이란 위협의 치명도를 높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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