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학자 200여명 "'인플레 감축법', 정반대 효과 낳을 것"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230여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4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이들 경제학자는 이런 입장을 담은 서한을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에 보내면서 이 법안이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미국 경제에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명에는 2002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버넌 스미스, 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케빈 해싯,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지낸 짐 밀러 등이 참여했다.
또 시카고대, 프린스턴대, 듀크대, 버지니아대, 컬럼비아대 등 유명 대학 소속 교수들도 서명에 이름을 올렸다.
이 법안은 전기차와 친환경 에너지 평가를 통해 기후 변화에 맞서고 약품 가격과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대기업이 연방 세금을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미 행정부는 약 4천300억 달러(562조 4천400억 원)의 정부지출안을 담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중산층 가정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학자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잘못 이름 붙은 이 법안은 인플레이션을 줄이는 데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대신 현재의 힘든 경제 상황을 촉발하는 데 일조한 재정정책 오류를 영속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법안에 담긴 정부지출은) 수요 진작을 통해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할 것"이라면서 공급 측면에선 "세금 인상이 투자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법안 중 처방약에 관한 조항은 가격통제이며,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인플레이션에 시급히 대처할 필요성엔 동의한다면서도 이 법안은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속에 11월 중간선거까지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공화당은 법안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 법안이 인플레이션에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 주장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민과 노동자, 기업을 위해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자신들이 만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세금을 올리며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니 터무니없다"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상원에 상정된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원 100석 중 60표가 필요한데, 상원 예산위원장은 단순 과반으로 처리할 수 있는 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차지하고 있다. 가부 동수일 경우 당연직 상원 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돼 사실상 공화당 지지 없이도 통과가 가능한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내 이탈표가 없어야 하는데, 민주당 내 야당이란 수식어를 달고 있는 조 맨친 상원 의원이 법안 발의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통과 가능성이 크지만 커스틴 시네마 의원이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점은 변수다.
상원을 거쳐 민주당이 과반인 하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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