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퍼부은 中 차후 행로 촉각…출구전략 모색하나
"실탄 사격 임무 완성됐다"는 中…추가 강공 가능성도
대만 통일·민심 결집 효과…그러나 美, 맞대응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4일 대만 주변 해역에 미사일 11발과 장거리 포사격을 퍼부은 중국이 이틀째에도 이를 강행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이런 강공을 대만 해협의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현상 변경 시도로 보고 미국이 강한 경고음을 울리고 나선 점이 심상치 않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국이 위기를 만들거나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을 찾으려고 하지 않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전날 '지역 거부 능력'을 점검했다고 한 점을 눈여겨보는 듯하다. 이는 중국군이 대만 유사시 미 항공모함 등 증원 전력 개입을 견제하는 훈련을 했다는 것이어서, 미중 군사적 대결을 염두에 뒀다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강공 모드를 이어간다면 미국으로선 모종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 11발 미사일 세례 퍼부은 中 "실탄사격 임무 완성됐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등에 따르면 중국군은 4일 오후 1시 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차례에 걸쳐 대만 북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총 11발의 둥펑(東風·DF)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에 중국은 처음으로 대만 상공을 넘기는 미사일 도발을 해 관심을 끌었다.
중국과 대만 사이의 실질적 경계선으로 여겨지는 대만해협 중간선 주변 해역의 목표들을 상대로 장거리포 정밀 타격 훈련도 했다. 하루 전인 3일에는 중국군의 Su-30 전투기와 J-11 전투기 22대가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어갔고, J-20 스텔스 전투기와 DF-17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무기도 동원해 무력 시위의 강도를 높였다.
일종의 '대만 통일 작전 리허설'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목할 대목은 4일 공세가 중국군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6개 구역을 설정해 진행하는 '중요 군사 훈련 및 실탄사격' 첫날이었다는 점이다.
이 훈련이 7일까지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추가 도발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국으로선 대만은 물론 미국 등의 대응을 감당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군 동부전구 대변인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발표하면서 "모든 실탄사격 훈련 임무는 이미 원만히 완성됐다"며 "관련 해·공역에 대한 통제를 해제한다"고 한 발언이 눈길을 끈다.
이 발언은 중국군이 더는 실탄 사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일각에선 중국이 자칫 의도치 않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실탄사격 훈련을 짧고 굵게 하루로 끝내고, 다른 군사적 조치로 대만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 대만 통일·반미 민심 결집 효과…그러나 후폭풍 걱정해야
문제는 초유의 무력 시위로 중국이 무엇을 얻었느냐다.
우선 중국은 이번 공세로 올가을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당대회)를 앞두고 대만 통일 의지와 민심을 결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하이 봉쇄, 급격한 경기침체,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미 항전 분위기를 조성해 중국 내 민족주의 여론을 들끓게 했다.
사실 중국 내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반미 분위기가 거세다.
심지어 중국 국방부 탄커페이 대변인도 전날 장거리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 훈련 후 가진 담화에서 "미국과 대만의 결탁을 겨냥한 엄정한 공포 조치"라면서 미국을 직접 겨냥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강공'으로 여론을 반전시킨 셈이다.
대만에 강한 경고를 하는 성과도 봤다. 이번에 영공과 영해를 봉쇄당한 대만으로선 전쟁 공포감과 안정적인 양안 관계의 중요성을 거듭 인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2023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2024년 총통·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만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은 이제 대만의 정치 일정에 개입해 반중 스탠스의 차이잉원 총통 체제를 바꾸려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서서히 맞대응에 나서는 등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우선 미국은 4일 필리핀해에 체류 중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강습단에 상황을 주시하라고 명령했다. 여차하면 대만 해협에 투입하려는 기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 "미국은 위기를 선택하거나 추구하지 않지만, 중국이 무엇을 선택하든 그에 대해 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일본·호주 등 3국 외교장관들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도중에 회담을 열고 중국의 군사행동에 강한 우려와 함께 긴밀한 협력을 확인했다.
중국의 군사적 강공이 국제사회의 반발과 맞대응을 부르고 있는 셈이다.
◇ '4차 대만해협 위기' 배제 못하지만 경제제재 위주 공세 펼 듯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해온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도발로 받아들이는 탓에 '하루짜리' 미사일 공격 시위에 대해 국제사회는 일단 경고에 그쳤다.
그러나 중국이 이런 강공을 이어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이어간다면 1953년, 1958년, 1995년에 이어 4차 대만해협 위기로 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군사적으로 여전히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이번 일은 매우 중대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위기 극복 후 올 2월 겨울 올림픽도 무난히 치르고 3연임 확정만을 남겨 상황에서 향후 대처 잘못으로 국제사회와 대결 구도가 형성돼 중국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되는 걸 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이 화력 시위를 가능하면 자제하면서도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하는 방법으로 대만의 독립 시도를 꺾으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과 대만의 무역 관계가 상호 의존적이어서 경제제재로 중국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이참에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보복을 지속할 것이라는 얘기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