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포로시설 학살 정황…포격 전 미리 무덤 파"
美 "러, HIMARS 파편 갖다놓고 증거 조작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동부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 포격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군이 자작극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우크라이나가 주장했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위 우크라이나 관료들은 전날 키이우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29일 올레니우카 수용소에서 수십명이 숨진 포격 사건은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범죄라는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 근거로 사건이 발생하기 전 러시아군이 사전에 대량 사상자 발생에 대비해 준비 작업을 펼친 정황이 있다며 그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포격이 일어나기 전에 찍힌 수용소 위성사진을 보면 단지 안에 무덤 구멍으로 보이는 것들이 새로 생겨났다는 것이다.
NYT는 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와 플래닛 랩스에서 나온 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18일∼21일 수용소 단지 남쪽에 약 15∼20개의 구멍을 판 흔적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들 구멍은 처음에는 가로 1.8∼2.1m, 세로 3∼4.9m 크기였으나 이후 일부는 서로 합쳐지기도 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다만 이들 용도가 실제 무덤이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이들 관료는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날 수용소 인근에 주둔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발포해 응사를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비공개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수용소 공격 책임을 우크라이나에 떠넘기기 위해 가짜 증거를 심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러시아가 올레니우카 수용소 포격 사건의 책임을 돌리기 위해 증거를 위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러시아가 언론과 조사관이 사건 현장을 방문할 것에 대비해 우크라이나군에 책임을 씌우려고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현장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로켓탄 파편을 가져다 놓고 여기에 책임을 돌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지난달 29일 사실상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올레니우카의 포로수용소에 포탄이 떨어져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53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소를 누가 공격했는지를 두고 믿을만한 증거가 부족한 상황이라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하이마스로 교도소를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수용소 내 고문 증거 등을 은폐하려고 일종의 자작극을 벌였다고 맞서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객관적인 진실 규명을 위해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조사를 벌여 달라고 요청했다.
전날 ICRC는 포격 당시 수용소에 있던 포로들을 접견할 권한을 러시아 측에 요청했지만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