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시간제, G5보다 경직…글로벌 표준에 맞춰 개선해야"

입력 2022-08-04 06:00
수정 2022-08-04 06:20
"한국 근로시간제, G5보다 경직…글로벌 표준에 맞춰 개선해야"

전경련,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와 비교 분석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제도가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5개국(G5)보다 경직적이어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한국과 G5의 근로시간 제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1일과 1주 단위로 겹겹이 규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도 가장 짧은 데다 다양한 근로시간 적용의 예외가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 이중으로 제한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영국은 1주의 근로시간만, 독일은 1일의 근로시간만 각각 제한하고 있다.



연장 근로시간도 한국은 주 단위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연장근로 제한이 없고, 일본·프랑스는 월 또는 년 기준으로 규정해 일시적으로 업무가 증가해도 효과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

연장근로수당도 한국은 50% 수준이지만 일본·프랑스는 25∼50%이며, 독일과 영국은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이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의 단위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가장 짧았다. 미국·일본·독일·영국은 1년, 프랑스는 3년까지 각각 가능하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선택적 근로시간 단위 기간 역시 한국은 원칙적으로 1개월(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업무만 3개월)이지만 일본은 3개월, 미국·독일·영국·프랑스는 노사 합의에 따라 기간을 정할 수 있게 돼 있다.



전경련은 또 미국·일본·독일·영국에서는 한국에 없는 다양한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 예외 제도를 둬 업무 특성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미국·일본은 근로시간에 비례해 업무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고소득 전문직은 근로시간 규제를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운용 중이다.



독일의 경우 연장근로시간을 저축했다가 휴가나 휴식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쓰는 '근로시간 계좌제'가 있다. 2018년 기준 500인 이상 사업장의 85%가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기업은 경기변동과 외부 수요에 맞춰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독일은 업무가 있을 때마다 노동자를 호출해 일을 시키는 호출유연근로제도도 있으며, 2017년 기준 전체 노동자의 15.3%가 이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

영국에도 이와 유사한 '0시간 근로계약'이 있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간호사, 교사, 행정업무, 청소노동자, 아이 돌봄 등 다양한 직종에서 이를 활용 중이다.

이러한 제도는 독일·영국 외에도 아일랜드,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근로시간 위반 처벌 수준도 한국이 가장 높다고 전경련은 전했다. 위반시 한국은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미국은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프랑스는 벌금형만 있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벌금형이지만 고의·반복적으로 위반한 경우에만 징역형을 부과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현재 한국의 근로시간 제도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집단적이고 획일적인 근무 방식에 적합한 것으로 창의성과 다양성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은 틀"이라며 "선진국의 제도를 참고해 근로시간 유연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in2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