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국제 왕따' 심해지나…알카에다 수괴 카불 은신 후폭풍

입력 2022-08-03 13:41
수정 2022-08-03 15:16
탈레반 '국제 왕따' 심해지나…알카에다 수괴 카불 은신 후폭풍

그간 약속 '공수표' 드러나…제재 해제 등 더 요원해질 듯

강경파 등 반발 기류로 내부 갈등 가능성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제거됐다는 미국 발표와 관련해 현지 집권 세력인 탈레반의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국 내 극단주의 무장조직을 근절하겠다던 그간 약속이 '공수표'로 드러난 만큼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해제나 공식 정부 인정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탈레반에게 새로운 고립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1일 아침 카불에서 발생한 미군 공습은 탈레반 신생 정부에 분수령이 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아프간 수도의 중심에 9ㆍ11 테러의 핵심 모의자를 보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탈레반이 1차 통치기(1996∼2001년) 시절로부터 근본적으로 개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은 1차 통치기 때 오락을 금지하고 여성의 외출과 교육을 제한하는 등 엄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적용해 이슬람 질서를 구축한다는 명목이었다.

그러다 9ㆍ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했고 미군의 침공을 받은 후 정권을 잃었다.

이후 지난해 8월 재집권 후에는 여성 인권 존중, 포괄적 정부 구성 등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는 상황이다.

앞서 탈레반은 2020년 2월 미국과 카타르 도하에서 맺은 평화협정에서 아프간이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게 하겠다고도 약속했는데,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이번에 드러났다.

심각한 경제난 속에 통치력의 한계를 절감한 탈레반 지도부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다시 여러 유화 메시지를 내놓는 상황이었다. '정상 국가' 인정, 국제사회 원조 확대, 동결 자금 해제 등을 위한 포석으로 여겨진다.

최고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지난달 초 "우리는 미국을 포함해 세계와 외교, 경제, 정치적으로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자와히리 제거 관련 미군 공습으로 인해 정상 국가로 도약하려는 탈레반의 시도는 훨씬 어려워지게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군 공습에 대한 내부 반발 기류가 거세지면서 탈레반의 노선이 더욱 강경해질 우려도 제기된다.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내부 갈등 가능성도 점쳐진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평화연구소의 이슬람 극단주의 전문가 아스판디아르 미르는 워싱턴포스터(WP)에 "탈레반은 현재 깊은 정치적 곤경에 빠졌으며 보복에 대한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며 "그들과 알카에다 등 다른 지하드(이슬람 성전) 조직과의 관계는 여전히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한편, 탈레반은 이번 미군 공습에 대해 국제 규범과 도하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다만 공습 과정에서 알자와히리가 숨졌는지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는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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