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나의 중국' 인정안하나…군사적 대결 가능성도

입력 2022-08-03 16:20
수정 2022-08-03 18:59
미국, '하나의 중국' 인정안하나…군사적 대결 가능성도

'3연임' 확정 당대회 앞둔 시진핑,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中, 대만포위 실사격훈련…美, 필리핀해에 항모전단 배치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예상대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일 밤 대만을 방문했고, 경고 수위를 높여온 중국은 즉각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냈다.

중국은 대만을 포위한 무력 시위성 군사훈련에 돌입했고, 미국은 어떤 위협에도 겁먹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일정 수준의 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양국 간 패권 갈등이 응결된 사안이라고 할 대만 변수가 전면 부상한 형국이다.

미중 양국 지도자의 절박한 정치적 배경도 대결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르면 10월 하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이하 20차 당대회)를 통해 '3연임'을 보장받으려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둘 다 물러설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 '하나의 중국' 원칙에 미중 서로 다른 입장

중국은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야말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깬 도발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일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과도 100% 일치한다"고 말할 정도로 이를 부인한다.

미중 양국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셈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중국'에 대한 미중의 시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미중 수교가 논의될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대만 문제는 처리가 쉽지 않아 모호하게 '봉합'됐다.

그러다가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하나의 중국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중국은 닉슨 대통령의 첫 방중 때인 1972년 이른바 상하이 코뮈니케, 1979년 미중 수교 공동성명, 1982년 대만 관계법을 둘러싼 갈등을 매듭지으면서 나온 8·17 공동성명 등의 외교문서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확인됐다고 본다.

미국이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인정하는 대신 중국은 대만 정부의 자치권을 인정한다는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1979년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할 때 제정한 대만관계법에 근거한다고 본다.

비공식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대만에 자기 방어수단을 제공할 근거를 뒀다는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한 전략으로 미국은 대만에 지속해 각종 무기를 판매해왔고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지해왔다. 여기에는 대만을 독립국으로 보는 인식이 담겨 있다.



◇ 펠로시 대만 방문에 미중 '봉합선' 터진듯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유지돼온 미중 간 봉합선이 터진듯하다.

중국은 바이든 미 행정부가 사실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깼다고 본다. 펠로시 의장의 행보에 미 행정부 의중이 담겨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1997년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는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기라는 점에서 야당의 돌출 행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대만 방문이 중국 공산당 체제에 맞선 민주주의 국가 대만을 수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해온 펠로시 의장의 메시지에도 중국은 거부감을 느낀다.

그는 대만 방문 기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물론 1989년 톈안먼 시위 학생 지도자였던 우얼카이시,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단 이유로 고초를 겪은 홍콩 퉁뤄완 서점 점장 출신 린룽지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중국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인권과 법치를 무시하는 국가라는 점을 부각해 중국을 공격하려는 것이라는 게 중국 지도부의 시각인 듯하다. 특히 중국은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그동안 미 행정부의 전략적 모호성에 바탕을 둔 대만 정책에서도 이탈한 것으로 본다.

이런 배경에서 중국은 2일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에 이어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까지 나서 미국을 겨냥해 험한 말을 쏟아냈다.

중국은 같은 날 심야에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극도로 악랄한 행위"라는 극언까지 퍼부었다.

미국도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커비 전략소통조정관을 통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중국의 주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어떤 위협에도 겁먹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펠로시 의장도 대만 도착 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는 지속되고 있다"고 공격했다.



◇ 대만 포위 실력행사에 나선 中 vs 겁먹지 않겠다는 美

이런 가운데 중국은 즉각 실력 행사에 나섰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을 확인한 중국군은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시행하고, 대만 동부 해역에서 시험 사격을 한다는 것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군은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실탄사격을 포함한 중요 군사훈련을 벌인다. 안전을 위해 이 기간 선박과 항공기는 해당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국제사회에 알렸다.

일종의 무력 시위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훈련 과정에서 생길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다.

대만 국가정책연구재단의 제중 부연구원은 "대만군이 2일 오전 8시부터 4일 정오까지 전투준비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여전히 평시 '정상 전투 준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이 탔던 미국의 C-40C 전용기도 말레이시아에서 출발해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를 우회해 2시간을 더 비행한 끝에 7시간 만에 대만에 도착했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군이 펠로시 의장의 3일 오후 대만 출발 때 근거리에서 감시하거나 비행을 방해할 경우 일촉즉발의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미 해군은 대만과 멀지 않은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전함 4척을 전개한 상태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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