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잃은 알카에다 후계 난제…지도부 잇딴 제거에 후보군 축소
1세대 사이프 알아델 유력 후보로 거론…이란 활동은 '오점'
전문가들 "수괴 사망했지만 조직 활동엔 별다른 영향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9·11 테러의 주범인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지난 달 30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제거됨에 따라 그의 뒤를 이을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알카에다가 차기 지도자를 추대하는 문제가 쉽지 않으리라는 평가를 전하면서 전문가 소견을 인용해 후계자 후보로 물망에 올라있는 인물들을 소개했다.
미국 대테러 연구기관인 수판 센터는 최근 알카에다에서 오랜 입지를 구축한 인물들이 잇따라 살해되면서 잠재적인 후계자 후보군이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미 테러감시단체 시테(SITE)의 리타 카츠 공동창립자는 "오사마 빈 라덴이 살해된 이후의 상황과 달리 알카에다 지도부의 상당수가 시리아로 이동했고 또 거기서 많은 이가 죽임을 당했다"며 알자와히리의 사망 이후 불거진 알카에다의 후계 문제는 큰 난제라고 평가했다.
AFP는 알카에다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로 1세대 출신 사이프 알아델과 아부 압돌카림 알마스리를 꼽았다.
유력 후계자로 가장 많이 점쳐지는 알아델은 전직 이집트 장교 출신으로 알카에다 창립 멤버이자 악명 높은 작전 지휘관으로 활동했다.
1980년대에 그는 훗날 알카에다에 흡수되는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EIJ)에서 활동했고, 이후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알자와히리가 수장으로 있는 알카에다로 거점을 옮겼다.
2011년 빈라덴 사후 임시지도자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그후 2020년 알카에다 2인자 아부 무함마드 알마스리(압둘라 아흐마드 압둘라)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 공작원에 의해 사살된 뒤에는 알마스리의 빈 자리를 메우며 2인자로 올라섰다.
그가 지금도 이란에 머물고 있는지를 비롯해 현재 행방은 불분명하다.
카츠 창립자는 "이란에 있는 감옥에서 풀려나 시리아로 갔다는 소문이 있다"면서도 "알려진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알아델은 이란에서 약 20년 동안 살았다는 목격담이 있는데 이는 후계자 자격의 '오점'으로 작용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수판 센터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알카에다 소속인 알아델이 시아파 맹주인 이란에서 오래 살았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시아파에 적대적인 알카에다 특성상 젊은 간부층은 시리아에서 활약한 아부 압돌카림 알마스리 같은 인물을 선호할 수 있다고 평했다.
알마스리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후라스 알딘의 지도부에 속해있는 인물이다. 미 매체 NPR은 2011년 시리아 내전 이후 지하디스트 조직 일각에서는 알마스리 같은 인물을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알마스리는 현재도 시리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에다에서 후계자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지만 알자와히리의 사망은 조직 차원의 활동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슬람국가(IS) 전문가 한스 자콥 쉰들러는 "알자와히리는 알카에다 지부의 일상적인 의사결정에 일일이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모든 지부의 수장이 충성심을 맹세할 어느 정도 명성과 서열을 갖춘 수장은 필요하고, (그의 사망은) 알카에다에 타격인 것은 맞지만 알카에다 지부가 계획한 그 어떤 것에도 차질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8년부터 오사마 빈 라덴의 2인자로 지내다 빈 라덴 사망 후 알카에다 수장 자리를 이어받은 알자와히리는 전세계 알카에다 조직원을 촘촘하게 엮는 데 필요한 전술과 조직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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