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스톡옵션 부여 늘었지만 도입취지와 다르게 활용"

입력 2022-08-02 15:02
"상장사 스톡옵션 부여 늘었지만 도입취지와 다르게 활용"

자본연 "주요 임원, 일정 지분 의무적으로 소유하게 해야"…제도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상장사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가 증가하고 있지만,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활용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발간한 '상장기업 스톡옵션 활용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2015∼2021년 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 상장 국내기업의 임직원에게 부여된 스톡옵션 활용 현황을 조사했다.

1천715건의 스톡옵션 부여 공시 내용으로 분석한 결과, 상장기업의 스톡옵션 부여 횟수는 2015년 145건에서 2021년 328건으로 약 2.3배 증가했고, 상장사 중 스톡옵션을 부여한 기업 비중은 2015년 6.7%에서 2021년 10.3%로 늘었다. 2021년 부여된 스톡옵션의 규모는 약 2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상장기업이 주로 부여하는 스톡옵션은 행사 가능 시점이 도래하면 언제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일시효력발생 스톡옵션으로 전체 분석 대상 중 90.3%를 차지했다.

행사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부여 건수의 42.5%는 부여 시점의 시가(주식가격의 종가)보다 행사가격이 낮게 설정된 할인(discount) 스톡옵션이었다.

전체 90% 이상의 스톡옵션이 부여 이후 2∼3년 내 행사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분석 기간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가 확인된 경우(총 507명)를 살펴본 결과, 70%가 행사 기간 도래 이후 1년 이내에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할증(premium) 스톡옵션이 도입 취지에 적합한 유형인데 행사가격이 할인돼 부여되는 스톡옵션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성과연동 스톡옵션의 비중도 낮은 점을 고려하면 국내 상장사가 주로 활용하는 스톡옵션은 경영진의 자사 주주가치 제고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스톡옵션의 부여 이후 효과 또한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스톡옵션이 기업의 장기성과를 제고하고 및 경영진-주주 간 대리인 문제를 해소하는 유인과 부합하도록 작동하려면 분할 행사를 통해 장기보유를 유도하고 성과와 연동된 스톡옵션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상장기업이 자발적으로 스톡옵션 설계 원칙을 마련하고, 주요 임원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일정 지분을 의무적으로 소유하는 요건을 채택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톡옵션 관련 정보 제공을 확대하고 주요 경영진의 주식처분에 대한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해 스톡옵션의 오남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srch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