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프 "北 CVID에 전념"…NPT 회의서 북핵 우려 쏟아져(종합)
러시아의 對우크라 핵위협, 이란 핵과 함께 주요 문제로 거론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7년 만에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우려가 쏟아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핵위협과 원전 공격, 이란의 핵개발과 함께 중대한 핵확산 문제로 언급된 것이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한 제10차 NPT 평가회의에 앞서 공동 장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계속된 진전이 우리 공동의 안보에 점점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는 점에 추가로 주목한다"고 밝혔다.
서방 주요국은 성명에서 러시아에 핵 위협 중단을, 이란에는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완전 이행을 각각 촉구한 뒤 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를 거론했다.
이들 국가는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가진 모든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해체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모든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 그리고 관련 활동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회의에서 "중동과 한반도에서부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르기까지 핵 위기가 곪아가는 이 시기에 거의 1만3천 개의 핵무기가 전 세계 무기고에 보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았다"면서 "운은 전략이 될 수 없고, 핵분쟁을 향해 끓고 있는 지정학적 긴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과 이란 핵 문제에 이어 "한반도의 상황 역시 심각한 우려 사항"이라고 지목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13년간 IAEA는 북한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사이 북한은 핵무기 역량을 계속 확대했다"면서 "IAEA는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자마자 북한에 돌아갈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일반토의 연설에서도 "우리는 북한이 불법 핵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확대하는 중대한 시기에 모였다"면서 "오늘 우리가 여기 모인 가운데 평양은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대표는 "EU는 북한이 계속 불법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EU는 북한에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U 측은 "북한에 지속가능한 평화와 안보 기반을 구축하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추구에 목표를 둔 조치를 취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와 의미있는 논의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침공을 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북한 문제를 빼놓지 않았다. 미콜라 토치츠키 우크라이나 외무부 차관은 "유감스럽게도 NPT의 미래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문제라는 도전도 받고 있다"며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노골적인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연설에서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본은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 역시 북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은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악용해 공개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유일한 나라"라며 "북한의 핵 문제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단지 북한에 대한 메시지일 뿐 아니라 NPT 체제 자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리트머스 시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5년마다 열리는 NPT 평가회의는 당초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연기됐다.
이 회의는 국제 비확산체제의 초석 역할을 해온 NPT 강화 방안을 ▲ 핵 군축 ▲ 핵 비확산 ▲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 NPT 3대 축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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