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곡물 수출 합의 이행…평화협상 재개 기대감

입력 2022-08-01 15:48
수정 2022-08-01 17:01
우크라 곡물 수출 합의 이행…평화협상 재개 기대감

튀르키예, 곡물협상 이어 휴전·평화 중재 의지

동부·남부서 교전 지속…영토 문제, 협상 최대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 항로를 통해 수출하기 위한 합의가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개월 만에 첫 합의가 성사되고 합의 이행이 가시화하면서 이번 합의가 평화협상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일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일 오전(현지시간) 오데사항에서 곡물을 실은 화물선이 레바논을 향해 출발했다고 밝혔다.

전날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실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이르면 1일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막힌 곡물 수출길을 다시 열기로 지난달 22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7일에는 항로 안전을 보장하고 관련 절차를 총괄하기 위한 공동조정센터(JCC)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관했다.



이브라힘 칼린 튀르키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곡물 수출 합의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의 길을 다시 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비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이번 곡물 합의가 잘 이행되면 휴전, 포로 교환, 그리고 새로운 평화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개전 닷새만인 2월 28일 1차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래 5차에 걸쳐 평화협상을 벌였다.

3월 29일 튀르키예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5차 협상이 열렸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4월 초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4개월 가까이 대화가 중단되고 있지만, 평화협상 가능성을 타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피해가 불어나자 휴전과 평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제사회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우려하며 휴전 논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곡물 합의를 이끌어낸 튀르키예가 평화협상 중재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침략 행위를 비난했지만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국산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수출하고 있으나 옛소련제 무기는 제공을 거부했다.

튀르키예는 이런 '줄타기 행보'를 발판삼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3월 10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최고위급 접촉인 외무장관 회담을 주선하는 등 외교력을 과시했다.

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할 것을 제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수시로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을 주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여러 차례 평화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지만 튀르키예는 중재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도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은 협상을 통해 평화로 끝나야 한다"며 "튀르키예는 협상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가 러시아를 약화하기 위해 평화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러시아군의 점진적 철수를 위해서는 그에 상응해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화협상을 재개하려는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에서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동부 돈바스 지역의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장악했으며 도네츠크주 점령을 위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점령한 남부 헤르손주 탈환 작전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거점 지역의 영토를 확보하기 위한 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영토 문제가 평화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 침공으로 잃은 영토를 되찾지 않은 채 휴전에 돌입한다면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하는 빌미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우리 영토를 해방하고, 영토의 완전성 및 동부와 남부 지역 주권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협상에 있어서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남부 요충지 점령에 이어 동부 돈바스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는 이미 러시아화가 진행된 이들 영토를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영토 문제에서 양국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협상이 단시일 내에 다시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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