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도 트럼프에 등돌려…100일간 인터뷰 안하고 '무시'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표적인 우군이었던 보수 매체 폭스뉴스마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스뉴스는 지난 4월1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절친' 션 해니티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와 전화 연결한 이후 100일 넘게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뉴스는 부동산 재벌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부상을 뒷받침한 일등공신이지만, 이제는 공화당 경쟁자들을 밀어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종종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진단이다.
일례로 지난 22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2024년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음에도 폭스뉴스는 이 행사를 중계하지 않았다. 이 방송은 올해 들어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 유세를 거의 생중계하지 않고 있다.
대신 폭스뉴스는 닷새 동안 두 번이나, 그것도 프라임타임에 맞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잠재적 라이벌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를 인터뷰했다.
금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보수 행사에서 연설할 때도 폭스뉴스는 생방송을 거부하고, 같은 날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연설을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20년 지기인 해니티조차도 자신에게 주목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한 적이 있는 한 관계자가 NYT에 전했다.
폭스뉴스의 '트럼프 패싱'은 우연이 아니다. 역시 머독이 소유한 뉴욕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1월6일 의회 폭동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해 화제를 모았다.
머독과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은 폭스코퍼레이션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회의론이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공화당 기득권층의 부정적인 기류도 폭스뉴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주요 인사들은 머독과 그의 아들인 라클런 머독 최고경영자(CEO)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이 향후 선거들에서 공화당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한다.
폭스뉴스와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가 멀어진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대선 결과에 불복했기 때문이라고 여러 소식통이 전했다.
폭스뉴스는 대선 직후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격전지 애리조나주에서 승리했다고 가장 먼저 보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노를 산 바 있다.
최근 폭스뉴스의 변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디샌티스 주지사를 띄우는 폭스뉴스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폭스뉴스의 '무시' 전략은 곧 바뀔 가능성이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거나 의회 폭동과 관련해 기소될 경우 그에 관한 뉴스를 크게 다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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