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숭이 두창 백신 절벽…10월까지 추가 공급 어려워
현재까지 모두 55만명분 백신 확보…고위험군 3분의1만 접종 분량
확진자 1천400명 나온 뉴욕주는 비상사태 선포…"신속 대응할 것"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 발병이 확산하고 있지만, 추가 백신 수급은 현실적으로 10월말에나 가능해 사실상 백신 절벽 상태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미 연방정부가 수십만회의 원숭이 두창 백신 추가 확보를 발표했지만, 10월까지 백신 공급이 어려워지며 3개월간 백신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 추가 주문한 백신 50만회분은 글로벌 수요 등을 이유로 덴마크에 위치한 제조사 바바리안 노르딕에서 10월 말 이전에는 인도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바바리안 노르딕은 관련해 "미국이 추가로 주문한 50만회분은 올해 안에 전달될 예정"이라는 입장만을 밝혔다.
게다가 현재까지 확보한 공급 물량으로는 원숭이 두창 최우선 위험 집단으로 분류되는 동성애 혹은 양성애 집단 160만명 가운데 3분의1 가량만 접종이 가능하다고 WP는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까지 모두 110만회 분량의 지네오스 백신을 확보한 상태다. 지네오스는 미 식품의약국(FDA)이 유일하게 허가한 원숭이 두창 백신이다.
지네오스를 2회 접종해야 면역 체계가 형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약 55만명에 대한 백신 접종만 가능한 것이다.
미국에서 원숭이 두창 감염자 수가 매주 2배 가까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백신 부족 상태가 미 전역을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판 모리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소 연구원은 팟캐스트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자를 포함해 원숭이 두창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 전체를 포괄하기 위해서는 모두 320만회의 백신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200만회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접적 위험집단에 속하지 않더라도 바이러스 확산 속도 등을 고려, 접촉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수요까지 고려하면 접종대상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FDA 허용을 받지 못한 천연두용 ACAM2000 백신 등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는 오래된 백신인데다 근육통과 발진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피터 호이츠 베일러 의과대학 학장은 "지네오스와 ACAM2000을 각각 한 회씩 섞어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한번 원숭이 두창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하면 아프리카와 같이 고착화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 원숭이두창이 가장 빠르게 확산하는 뉴욕주는 전날 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원숭이두창 유행에 대응하는 우리의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州) 재난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며 "이를 통해 더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뉴욕주에서는 전날까지 총 1천383명의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나왔고, 주로 뉴욕시에 확진자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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